흉기 들고 前여친 직장 찾아가…국민참여재판서 집유

전 여자친구를 만나겠다며 사무실을 찾아 흉기를 꺼냈다가 제지하는 전 여자친구의 직장 동료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1심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는 특수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지난 18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배심원 재판제도로,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다만, 판사가 배심원 평결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이 사건에선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 의견으로 A씨 특수폭행 혐의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의견을 냈고 재판부도 배심원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A씨에게 같은 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7월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전 연인 B씨를 만나려다 이를 제지하는 동료 C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와 약 한 달 동안 교제 후 B씨와 찍은 사진 등을 직장 공용 서버 등에 업로드해 B씨로부터 고소당하자 B씨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사무실을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 동료 C씨가 “B씨가 외근 나가서 사무실에 없다. 따로 연락하라”며 앞을 막아서자 A씨는 준비해둔 흉기를 꺼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C씨가 A씨의 흉기 든 손을 붙잡으며 제지하자 A씨는 반대쪽 손으로 C씨를 밀치는 등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해 이 사건 현장으로 갔고, 흉기를 든 상태에서 C씨를 폭행해 범행수단과 방법 등에 비춰 죄질이 나쁘다”며 “C씨가 처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다만 “A씨가 뇌병변 장애 3급이고, C씨를 해칠 목적으로 흉기를 준비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양형 사유를 전했다.

한편, A씨는 들고 있던 흉기를 C씨에게 휘둘러 2주간의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았다. A씨 측은 “C씨의 적극적인 제압 과정에서 다쳤을 뿐 A씨 행위로 C씨가 상해를 입은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심원단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 행위로 C씨가 상해를 입었다거나 A씨가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수폭행치상죄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고 재판부도 그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