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학급 4500개가 우주비행사와 동시에 같은 실험을 하는 특별한 도전이 프랑스에서 진행됐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함께하는 우주적 규모의 실험이죠. 실험의 주인공은 ‘블롭’이라고도 불리는 괴상망측한 생물, ‘황색망사먼지’입니다.
○ 블롭의 정체를 밝혀라
1988년에 나온 공상과학(SF) 영화 ‘우주생명체 블롭’은 ‘블롭’이라 이름 붙인 우주생명체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황색망사먼지는 영화 속 괴상망측한 우주생명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뇌와 눈이 없는 단세포 생물이면서 형체가 계속 변하는 ‘변형균류’에 속하지요.
황색망사먼지가 속한 변형균류로 생물학자들은 골치가 아픕니다. 도대체 어느 생물군으로 분류해야 할지 아리송한 특징을 지녔거든요. 변형균류는 자신의 체세포를 일부 떼어내 생식세포로 만드는 ‘포자생식’을 합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버섯과 같이 균계로 분류돼 왔지요. 그러다 먹이를 세포 안으로 끌어와 소화시키는 ‘식균작용’을 한다는 게 밝혀지면서 아메바와 같은 원생생물계로 분류하는 학자가 많아졌습니다.
이 황색망사먼지가 8월 10일 ISS로 향했습니다. 실험을 총괄하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오드리 뒤슈투르 연구책임자는 “외계생명체가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꼴”이라고 평했지요.
황색망사먼지는 ISS에 필요한 식품 및 과학장비와 함께 우주선 시그니스호에 올랐습니다. 프랑스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크는 10월경 휴면 중인 황색망사먼지에게 물을 뿌려 깨워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 우주급 실험에 참여한 프랑스 어린이들
“황색망사먼지 한 마리 입양하실 분?” 페스크가 우주로 떠나기 직전인 4월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의 실험에 함께하자는 뜻이었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와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는 교육적 목적으로 페스크와 같은 실험을 프랑스 전역의 학생들과 동시에 할 계획이었습니다. 반응은 굉장했습니다.
신청자가 넘쳐 총 4500개 학급에 보내기로 결정됐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는 8월 말에서 9월 초 각 학급에 황색망사먼지를 보냈습니다. 이 황색망사먼지들은 ISS로 가는 황색망사먼지와 마찬가지로 휴면 상태입니다. 학생들과 페스크는 10월 11∼17일 지구와 우주에서 동시에 실험을 진행합니다.
실험은 두 가지로 구성됐습니다. 하나의 접시에는 황색망사먼지만, 다른 하나의 접시에는 황색망사먼지와 함께 먹이인 귀리 4조각을 놓습니다. 황색망사먼지가 지구에 있다면, 첫 번째 실험에서는 3일 동안 접시를 탐험하다 먹이를 찾지 못하고 정지할 겁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4개의 먹이를 잇는 모양으로 망을 형성하며 자라날 거고요. 그렇다면 중력이 거의 없는 ISS에서는 어떨까요? 프랑스 학생들과 페스크가 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대로 우리도 곧 답을 알 수 있겠지요.
○ 황색망사먼지, 이렇게 똑똑하다고?
이번 우주 실험을 설계한 뒤슈투르는 2015년 황색망사먼지가 학습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황색망사먼지가 귀리를 먹으러 가는 좁은 다리에 카페인과 키닌을 두었습니다. 이들은 황색망사먼지에게 해롭지는 않지만 꺼려지는 물질이죠.
실제로 첫째 날에는 황색망사먼지가 카페인과 키닌을 피하느라 다리를 건너기까지 1시간이 걸리다 6일째에는 더이상 카페인과 키닌을 피하지 않았지요. 황색망사먼지가 카페인과 키닌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학습한 겁니다.
황색망사먼지는 최적 경로를 찾아내기로 유명합니다. 한 예로, 황색망사먼지를 미로의 입구에 두고 출구에 먹이를 두면, 오래지 않아 미로를 통과하는 가장 짧은 경로를 찾아냅니다. 황색망사먼지는 ‘블롭’과 같은 모양일 때 혈관과 같은 관을 내부에 지니고 있습니다. 올해 2월 독일 연구진은 황색망사먼지가 먹이를 감지하면 먹이와 가까이 있는 관을 얇고 부드럽게 만들며 확장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황색망사먼지는 관을 치약을 짤 때처럼 수축하면서 체액을 흘려보내는데, 먹이에 가까운 곳에서는 특정한 화학 물질을 분비해 관을 확장시킨다는 겁니다. 즉, 관의 확장을 통해 먹이가 있었던 위치를 몸에 새기는 형태로 기억을 하는 셈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