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송파구 신천어린이교통공원에서 열린 ‘이륜차 교통안전체험교육’ 현장. 헬멧과 각종 보호대로 중무장한 배달 종사자 10여 명이 이륜차를 몰고 있었다. 이날 교육은 서울시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배달 종사자들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이륜차 운전이론 교육과 함께 이륜차 전문 교수의 지시에 맞춰 이륜차를 직접 몰며 실전 주행 교육도 받았다.
이날 교육에선 이륜차에 어떻게 앉아야 하는지부터 올바른 주행 자세는 무엇인지, 감속 가속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세세한 내용이 다뤄졌다. 참가자들은 “수년간 이륜차를 운전한 경험이 있는데 몸에 배어 있는 잘못된 운전 습관을 바로잡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손쉽게 지나갔을 지그재그 코스도 감속과 가속을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참가자 이경운 씨는 “운전을 오래 하면서 어깨와 허리가 너무 아팠는데,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운전을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걸 많이 배웠다. 특히 몇 천 원 더 벌려고 목숨 걸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배달 주문이 늘면서 배달 종사자(라이더)의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배달 종사자 수는 총 42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2% 증가했다.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라이더들의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배달 중 사고로 산재를 당한 배달 라이더는 2016년 396명에서 지난해 2255명으로 5.7배로 늘었다. 올해 6월까지도 벌써 1733명의 라이더들이 산재를 당했다. 배달 라이더 산재 사망자 수도 2017년 2명에서 지난해 17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서울시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62명 중 37명(59.7%)은 배달업 종사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륜차 사고를 당한 운전자들은 치명적인 상해를 입는다. 8월 서울 방배동 사거리에서는 주행 중이던 배달 라이더가 23t 화물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의 블랙박스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배달 라이더 사고에 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올해 2월 음식 배달을 하다 승용차와 부딪쳐 어깨와 쇄골 뼈 등을 크게 다친 정모 씨는“익숙한 길이었지만 나름대로 조심하며 운전을 했는데 순식간에 사고가 일어났다”며 “돌이켜보니 지인에게서 이륜차 운전을 배운 것이 전부였다. 운전의 기본도 몰랐다. 이륜차 운전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달 라이더들이 안전교육만 제대로 받아도 사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배달업체 자체적으로 교육을 하고는 있으나 교육의 체계나 교육 장소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 교육 및 교육 이수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승우 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장은 “해외에서는 이륜차 면허를 따로 취득해야 하는데, 한국은 운전 면허만 따면 전혀 다른 교통수단인 이륜차를 운전할 수 있다”며 “반나절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도 사고 확률이나 부상 정도가 크게 감소한다.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를 위한 체계적인 라이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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