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압색 ‘빈손’ 철수한 공수처, 절차 고지 빠뜨리고 “안한 것으로 하자”

  • 뉴스1
  • 입력 2021년 11월 26일 19시 27분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11.26/뉴스1 © News1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11.26/뉴스1 © News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해 26일 대검찰청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이날 압수대상자 7명 가운데 임세진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 1명에 대한 압색만 진행했는데 임 부장검사의 검찰 내 메신저 등에서 혐의 관련 압수물을 찾지 못해 사실상 ‘빈손’으로 철수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최진홍 검사 등 10여명을 투입, 검찰 내부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확보하기 위해 대검찰청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했다. 대검 정보통신과 관계자들이 15층 대회의실에서 압수 대상을 공수처 측에 전달하면 공수처 측이 해당 자료를 추출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다만 공수처가 압수수색 영장의 야간 집행을 허가받지 못해 압수수색은 오후 5시40분에 종료됐다. 이날 시간에 쫓겨 중단한 상황이어서 29일 나머지 6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할 방침이다.

당초 이날 오후 수원지검 정보통신과도 압수수색할 예정이었으나 대검의 절차가 길어져 가지 못했다. 수원지검 압수수색이 이뤄질지도 불확실하다.

공수처는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게 사전 고지 의무가 있는 ‘절차적 권리’ 등을 빠뜨리고 압수수색하다 “절차 위반”이라는 항의를 받고 중단했다. 문제를 인식한 공수처는 “오늘 이 부분은 안 한 것으로 하자”며 다음 압수수색 때 다시 하기로 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앞서 23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이 고검장을 기소한 전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검 및 수원지검 압수수색에 참관하라고 통보했다.

이날 공수처가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당시 이 고검장에 대한 수사·기소 지휘라인이었던 오인서 전 수원고검장, 송강 당시 수원지검 2차장검사(현 청주지검 차장검사), 이정섭 당시 수원지검 형사3부장(현 대구지검 형사2부장)과 수사팀 검사 1명, 파견 기간이 종료돼 원청 복귀한 임세진 부산지검 부장검사와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 신성식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수원지검장) 등 7명의 이름이 기재됐다.

이들 중 일부는 이날 대검 회의실에서 압수수색을 참관했다. 지난 5월 이 고검장 기소 당시 수사팀 소속이 아니었으나 압색 대상에 포함되자 유감을 표명한 임 부장검사도 연차를 내고 참관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공수처가 5월 이 고검장 기소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이 아니었던 자신과 김경목 검사를 영장에 기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임 부장검사는 2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 고검장 기소 당시 수사팀 소속이 아니었고 이 고검장 기소는 물론 수사에도 관여한 바 없는데 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느냐고 공수처에 항의한 사실을 알리며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임 부장검사는 압색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압색 통보를 받은 수사팀 7명 가운데 3명이 참관했는데 저 1명에 대한 압색만 진행됐다”며 “그러나 오늘 저에게서 압수할 물건이 없었다는 증명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영장에 이미 수사팀 파견이 종료돼 원 소속청으로 복귀한 저와 김경목 검사가 수사팀으로 기재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영장에 수사팀 검사를 사실과 달리 기재한 이유와 관련해 “오기인지, 고의로 허위 사실을 적은 것인지 알기 위해 29일 공수처에 영장과 수사보고서 등의 열람 등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장이 위법하느냐는 질문에는 “영장 집행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 중”이라면서 법적 대응 가능성은 “사실관계 확인 후 검토할 문제”라고 답했다.

오인서 전 수원고검장을 압수대상자로 판단한 공수처의 결정에 대해선 “고검장이 공소장의 최종 결재자이니 당연히 보고가 되는 것인데 공소장 외부유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이에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가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 부장검사 등은 공수처가 이들 검사가 공소장 유출과 관련 있는 것처럼 법원을 속여 영장을 발부받았다면 제출 서류는 허위공문서, 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앞서 5월 수원지검 수사팀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안양지청 검사들의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이 고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다음 날 사진파일 형태로 공소장 내용이 메신저 등을 통해 알려졌고 관련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위법 소지가 크다”며 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그로부터 10여일 후 공수처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고발한 관련 사건을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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