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위중증 환자가 지난 27일 기준으로 634명 발생하고, 사망자는 52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경신한 가운데, 중환자실 역시 ‘레드오션’ 상태다. 지난 26일 오후 5시 기준 전국의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73.2%, 수도권은 83.5%다.
28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예전에 내린 행정명령 이상으로 중환자실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친 병상확보 행정명령으로 전국에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135개를 확보했으나, 더 이상 민간병원에서 끌어쓸 중환자실이 없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병상 확보가 어렵다는 정부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민간병원과 정부의 역할론으로 입장이 나뉘었다. 그러나 결론은 모두 ‘평시에 감염병에 대비한 중환자실 및 인력 확보가 부족했다’로 귀결됐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가 공언한 음압병실 확충과 권역별 감염병 전담병원 설립이 제때 이뤄지기만 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한계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병원 역할론…“비중증·비응급 환자보다 코로나 환자 우선해야”
팬데믹 이후 정부가 병상 동원령을 통해 ‘최대치’로 확보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1135개로, 인구 100만명 당 22.1개다. 이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100만명 당 30~40개, 최대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가동하는 것과 대조된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독일은 100만명 당 43개, 미국은 35개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가동 중이다. 세계적 대유행 시기인 지난 2월에는 스페인 104개, 포르투갈 85개, 미국 66개, 영국 54개의 중환자 병상이 가동됐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유럽 국가들은 100만명당 병상을 30, 40개씩 쓰고 있는데 우리는 더 이상 확보하기 어렵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국내는 전체 중환자 병상 중 10% 정도를 코로나용으로 쓰고 있는데, 외국은 20~30%, 단기적으로는 60~70%씩 투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중에는 비중증·비응급 환자들도 일부 있다. 이런 환자의 진료를 미루고 코로나19 중환자를 먼저 치료해야 하는데 병원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병원의 우선순위는 코로나 환자 진료가 아니라 병원에 수익이 되는 일반환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이 정부에서 지급받은 병상 지원금의 10%만 중환자실 간호사 채용에 사용하면 병상당 6명씩 추가 고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가 병원에 지원금을 주면서 간호인력 고용 조건을 달았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 역할론…“기존 병상 끌어쓸 게 아니라 정부가 설치 나서야”
기존 병원의 중환자실을 코로나19용으로 돌리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중환자 병상을 새롭게 설치하는 방식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추세는 중환자실을 내과계, 외과계, 심혈관계 등으로 분화하는 방식이다. 질환에 따라 의사와 간호사도 특성화되는 데 따른 것”이라며 “평상시에도 수도권 대학병원 중환자실 가동률이 90% 이상인 현실에서 코로나용으로 병상을 더 차출하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공병원에 과감하게 투자해 중환자실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음압병상을 갖춘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 설립도 늦어져서 지난해 몇 군데 부랴부랴 지정했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라고 지적했다.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은 400병상 규모로 종합적 진료기능을 갖춰 평상시에는 일반진료와 동시에 중소병원과 의원 등에서 감염병 환자를 의뢰받아 진료하고, 비상시에는 감염병 유행에 총력 대응하는 병원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설립이 추진됐다.
정부는 2022년까지 감염병전문병원 7곳 개설을 목표했으나, 가장 빨리 착공한 호남권 조선대병원조차 2024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재정 투입을 둘러싸고 예산 확보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중환자실에 필요한 전문성 있는 간호사를 확보하는 데에 정부가 미온적이었단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지난해부터 중환자실 간호사 연수과정을 통해 의료 예비군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왔다”며 “그때 시작했더라면 지금 인력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됐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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