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고민 중 하나인 비만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멜론 재배 농업인에게는 적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일거양득’이 기대됩니다.”
26일 오후 경상국립대 농업생명과학대 부속농장 시설하우스. 이곳에서 만난 강남준 교수(61)는 항(抗)비만 신소재를 개발해 민간 제약사에 기술을 넘긴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상국립대 산학협력단(단장 강상수), 부산대 산학협력단(단장 최경민)은 공동 개발한 항비만 조성물에 대해 광동제약(대표 최성원)과 기술이전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부산대에선 원예생명과학과 최영환 교수(60)가 연구를 맡았다. 강, 최 교수는 모두 경상국립대 농대 출신.
단호박, 멜론, 딸기 재배와 육종 전문가인 강 교수는 2010년부터 껍질을 많이 깎아내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멜론 품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항비만 소재를 찾아내고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과실은 작지만 좋은 형질들을 갖고 있는 야생 멜론을 어미(모본·母本)로, 과실이 크고 잎이 작은 재배종 멜론을 아버지(부본·父本)로 해 신품종을 만든 뒤 과실 성분을 정밀 분석하다가 강력한 항비만 물질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과 광동제약은 항비만 제품이 출시될 때까지 신품종 멜론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강 교수는 “멜론 신품종의 1세대엔 항비만, 항암 효과가 큰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e)이 다량 함유돼 있었다. 최 교수는 기능성 분석을 통해 소량으로도 탁월한 항비만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쿠쿠르비타신은 오이, 참외 등에서 쓴맛이 나는 성분. 최 교수는 생쥐 실험을 통해 체중, 지방 감소 효과는 크고 부작용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강 교수는 “멜론 신품종 육성 과정과 신품종의 특징, 열매가 달린 뒤 쿠쿠르비타신 함량이 최고조에 도달하는 시기, 쿠쿠르비타신 추출법 등은 최 교수와 함께 오랜 기간 실패를 거듭하며 개발한 고유의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광동제약은 체지방 개선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 기술을 토대로 항비만 제품이 나온다면 비만에 따른 사회적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지역 농업인들은 제약사에 멜론 원료 공급을 통해 소득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국내 체지방 감소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1400억 원 이상.
부산, 경남 거점국립대인 부산대와 경상국립대는 광동제약에 기술을 넘기고 받은 3억 원의 기술이전료를 나눴다. 광동제약이 제품을 만들어 2023년경부터 판매하면 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두 대학과 연구를 담당한 강, 최 교수가 받는다. 두 협력 대학이 각각의 강점을 살려 기술력을 극대화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대형 제약사에 기술 이전을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남중고, 경상대를 졸업한 강 교수는 1994년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연구사로 15년간 근무했다. 2009년부터 경상국립대 원예학과 채소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경남시설딸기육성사업단장, 경남착색단고추산학연협력단장, 경상대 부속농장장 등을 지냈다.
거의 매일 연구실과 실험실, 시험농장에 머문다. 공주대 최호길 교수, 사천시 농업기술센터 황미란 주무관 등 박사 11명과 석사 9명을 제자로 배출했다.
그는 숙과용 단호박 ‘하얀돌’ 등 3품종을 개발했고 수출용 딸기인 매향의 흰가루병 발병억제 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했다. 강 교수는 “평생 연구하고 가르치며 살았다. 앞으로 공공의 이익과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