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공소장을 누설한 피의자를 ‘성명 불상’, 누설 과정을 ‘알 수 없는 방법’이라고 기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26일 대검 압수수색 당시 이 같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김 전 차관의 수사팀 검사 7명의 이메일과 검찰 내부망 메신저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인 임세진 부산지검 부장검사는 29일 공수처에 압수수색영장 청구서 작성자와 결재자 등에 대한 열람등사신청과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이라는 취지로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하기 위한 자료를 요청한 것이다.
임 부장검사는 올 1월 수원지검 수사팀에 파견됐다가 올 3월 법무부의 파견 연장 불허로 원소속인 평택지청으로 돌아가 이 고검장의 수사와 기소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수처는 26일 압수수색영장에 임 부장검사가 사건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이었다고 잘못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임 부장검사의 검찰 내부 메신저 압수수색에서도 ‘이성윤’ 등 관련 단어를 검색해 아무런 결과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또 이날 이모 검사와 압수수색 절차 고지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이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안 한 것으로 하겠다”고 말하고 7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공수처는 29일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서버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진행한다.
앞서 공수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과정에서도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등에 ‘성명 불상’이란 용어를 23차례 기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올 9월 공수처의 김웅 국민의힘 의원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 제시 절차 등을 놓고 김 의원은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며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했다. 이달 26일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무효가 됐고, 공수처가 압수한 증거물은 재판에서 쓸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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