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 동창생인 친구를 감금하고 상습 폭행 및 고문을 일삼아 결국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는 20대 남성들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이 피해자를 같은 인간으로 대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 심리로 29일 오후 진행된 김모(20)씨와 안모(20)씨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이 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으로 김씨와 안씨는 살해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두 달 동안 이어진 폭행으로 피해자는 6월부터 기력이 없어 스스로 못 걸었고 사망 직전에는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는 지경에 처하는 등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와 안씨는 피해자를 두 달 동안 감금하면서 가혹 행위를 일삼았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기까지 했다”며 “영상을 보면 이들이 과연 (피해자를) 같은 인간으로 대했는지 의심스럽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서로의 책임을 미뤘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와 안씨는 20대 초반이지만 피해자 역시 20세로 미래를 준비하던 평범한 대학생”이라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피해자 가족에게 평생 치유하지 못할 상처를 안겨드리고 피해자에게 몹쓸 짓을 해서 정말 죄송하다”며 “피해자 부모님께서 조금이라도 피해 회복을 할 수 있도록 진실성 있는 사죄와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사회로 돌아갈 날이 온다면 남에게 헌신하고 제가 말한 내용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며 “다시 한 번 피해자 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안씨는 “어떤 이유에서든 이 사건이 처음 시작됐을 때 어른들한테 도움 요청을 못 하고 저도 적극적으로 반대를 못하면서 동참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유가족 분들은 정말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었고 어떻게 해서든 씻어낼 수 없는 상처를 안겨드리게 돼서 너무 죄송하다”고 전했다.
안씨는 “저도 앞으로 수감생활을 얼마나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얼마나 사과를 하든 지은 죄는 다 씻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평생을 후회와 반성으로 살겠다”며 “나중에 제가 사회로 돌아간다면 보탬은 못 되더라도 남에게 피해는 입히지 않도록 하겠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밝혔다.
김씨와 안씨의 1심 선고기일은 다음 달 21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건은 이전까지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 대학생들이 동창생을 상대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김씨와 안씨는 지난 4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피해자 박모(20)씨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한 뒤 폭행하고 고문을 가해 폐렴, 영양실조 등으로 인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해당 오피스텔은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안씨에게 음악 작업실로 쓰라며 안씨 부모가 얻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평소 박씨를 괴롭혔고, 박씨가 상해죄로 자신들을 고소해 올해 1월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본격적인 범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고소 취하 등을 강요하기 위해 박씨를 대구에서 납치한 뒤 서울로 데려왔다고 한다.
김씨와 안씨는 케이블 타이로 박씨의 몸을 묶은 뒤 음식을 주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잠을 못 자게 하는 방식으로 고문하고 이후 박씨의 건강이 나빠지자 그를 알몸 상태로 화장실에 가둔 뒤 물을 뿌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넘어 노트북 수리비를 빌미로 박씨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방식 등으로 578만원을 갈취하는 등 금전적 피해도 입혔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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