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관계자 “전국 검찰 열람 가능… 공무상 비밀누설로 보기 힘들다”
공수처 “1차 공판 前까지는 기밀”
압수영장에 파견 종료자 포함 논란… 공수처 “파견 변동내용 법원 제출”
어제 대검청사서 두번째 압수수색… 공소장 유출관련 자료 확보 못한 듯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9일 대검찰청에 대한 두 번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고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올 5월 기소됐는데 하루 뒤 공소장 요약본이 언론에 공개되자 공수처는 수사팀 내부에서 공소장이 공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왔다.
하지만 26일부터 두 차례 이어진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위법성 논란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공수처가 적용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도 법조계에선 “범죄 자체가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檢 1만 명 열람 가능” vs “1차 공판 전까진 비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29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2차 압수수색 절차를 진행했다. 공수처는 이들의 검찰 내부망 메신저, 이메일 등을 확인했지만 이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과 관련된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도 범죄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가 된 후에는 형사사법시스템(킥스)을 통해 전국 검찰 구성원 1만여 명이 누구나 열람 가능하고, 법원은 당사자에게 공소장을 반드시 전달하는데 이를 공무상 비밀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수처는 이번 압수수색영장에 “1차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의 요지가 현출(공개)되기 전까지는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비밀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특히 압수수색 대상 7명 중 수사팀에 파견됐다가 조기 복귀해 이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당시엔 수사팀이 아니었던 임세진 부장검사 등 2명이 포함돼 논란이 컸다. 임 부장검사는 29일 공수처에 수사기록 열람 등사를 신청했고 공수처 관계자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내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 등에 법무부의 검사 파견 및 직무대리 연장 불허에 따른 수사팀 구성원 변동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 내용이 허위라면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내용을 모두 검토한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지 발부했을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 형사법 전문가 상대로 수사하지만 경험은 부족
앞서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올 9월 10일과 13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법원은 김 의원이 “위법한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신청한 준항고를 받아들였다. 압수수색 집행이 무효화된 것이다. 지난달에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상대로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유례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의 양홍석 변호사는 “공수처의 직접 수사대상은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 형사법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준비와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논란이 계속될 때 조직을 추스르고, 추진력을 갖춘 지휘부의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공수처는 공무원 부패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특수수사 전담기관인데 구성원 중에 제대로 된 특수수사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 유능한 수사 전문가들이 모이기 힘든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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