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44% “초5~6때 성적인 사진·영상 처음 접했다”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30일 11시 21분


디지털 성범죄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디지털 성범죄 실태조사.(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초·중·고교생 4012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21.3%는 채팅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시는 인터넷 이용현황 및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7월6일부터 7월23일까지 서울여성가족재단과 함께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12~19세(초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3학년) 401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아동·청소년 가운데 가장 많은 56.4%는 성적 메시지나 성적인 사진을 전송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온라인에서 일방적으로 계속 연락을 하고 만남을 요구받은 적은 27.2%였다. 성적 이미지가 유포되거나 유포 협박을 받은 경우도 4.8%, ‘성적인 사진이나 성관계를 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경우도 4.3%에 이르렀다.

여성 아동·청소년의 47.6%는 ‘피해 촬영물이 온라인에 퍼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여고생의 경우 51%가 삭제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아동·청소년의 47.2%는 온라인 공간을 안전하다고 느꼈으며, 70.9%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같이 아동·청소년들이 온라인을 원하는 정보를 구하면서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로 생각하고,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믿어지는 온라인의 특성 때문에 아동·청소년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동·청소년이 모르는 사람과 인터넷을 통해 친해진 경험은 41.4%에 이르렀고, 실제로 만난 경험은 13.9%였다. 아동·청소년은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과 고민을 나누고(44.7%), 학교 친구들보다 더 가깝게 느꼈으며(10.9%), 서로 사랑하는 사이(2.5%)라고 느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을 실제로 만나서 한 일은 대화를 나누고(74.8%), 룸카페 등을 갔으며(27.9%), 성적인 이야기를 나누거나 ‘내 몸을 만지거나 만지려고 했다’는 응답도 7%에 이르렀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인터넷에서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무분별하게 접하게 되는데 처음 접한 시기는 초등학교 6학년이 23%로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 5학년(21.1%), 중학교 1학년(20.6%)순으로 대체적으로 초등학교 때 모두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있었다.

시는 최근 코로나19로 아동·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같이 미성년자를 노린 디지털 성범죄 노출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해자가 개인정보를 협박 수단으로 삼아 사진이나 영상물을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Online Grooming)’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고 응답한 아동·청소년은 27.5%로 가장 많았으며, 이후 ‘가해자 계정을 차단했다’ 25.9%, ‘해당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지 않았다’ 15% 등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대응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대응정보 및 주변 자원부족)’가 78.5%로 가장 높았다. 신고나 상담을 해도 제대로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대응체계의 부재 및 불신) 11.7% 순이었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동·청소년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서울특별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기관’을 내년 신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예방활동부터 전문가 상담은 물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피해 촬영물의 삭제 지원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서울특별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기관’은 3개 팀(상담지원팀, 삭제지원팀, 예방환경 조성팀) 총 15명의 전문 인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의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해 ‘예방-상담-삭제지원’ 통합지원의 효율성을 높인다.

피해촬영물 삭제 지원을 위해 IT 전문가를 채용하고, 향후 삭제기술 개발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피해촬영물이 기존 웹하드 등에서 SNS로 이동함에 따라 SNS 등을 중심으로 삭제지원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피해자 대부분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한 대응방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감안해 기관 내에 ‘피해자 전용 핫라인’을 개설해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의 원스톱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서울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통합지원기관 설치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부터 삭제지원까지 통합적인 피해자 지원체계를 갖춘 ‘디지털성범죄 없는 안심 서울’의 토대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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