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에서 아이들이 새로 산 장난감을 개봉하고 기능을 설명하거나 상황극하는 모습을 진정한 놀이로 볼 수 있을까?”
국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아동들의 놀이 행위가 진정한 ‘놀이’라기보다는 놀이 형태를 띤 ‘노동’으로 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사회복지학과 정익중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국내 유튜브 상위 100개 채널에서 아동이 출연한 9개 채널, 788개의 동영상에 나온 아동들의 놀이 특성을 분석한 논문이 최근 ‘아동과 권리’ 학술지에 게재됐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이 선행 연구에서 정의된 4가지 놀이 특성을 기준으로 삼아 분석했다. 이는 놀이의 시작과 끝, 놀잇감 등을 아동이 주도적으로 정하는 ‘아동 주도성’, 아동의 자발적 놀이를 의미하는 ‘무목적성’, 새로운 자극으로 아동의 놀이가 촉진되는 ‘놀이 촉진성’, 아동이 놀이하기에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의미한다.
분석 결과, 이러한 4가지의 놀이 특성이 모두 존재하는 유튜브 동영상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유튜브에 출연하는 아동의 놀이 대부분이 순수한 놀이라기보다는 성인의 광고 수익 목적을 위한 ‘놀이 노동’ 형태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유튜브 속 아동의 주요 놀이 행태를 살펴보면, 시청자의 소비 심리를 부추기기 위해 아동이 놀잇감의 기능을 설명하거나, 카메라를 보며 반응하는 모습이 많이 관찰됐다. 시트콤이나 상황극을 보여주는 콘텐츠에서는 미리 대본을 외워 대사를 읊는 모습도 보였다.
연구팀이 유튜브 출연 아동의 동영상 업로드 횟수와 재생 시간을 살펴보니 아동 1명이 한 달 평균 7.3개, 최대 12.75개의 동영상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수 동영상 재생 시간만 계산한 것으로, 촬영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시간, 편집된 영상 촬영분을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다.
연구팀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를 다니는 아동들이 유튜브 촬영에 많은 시간을 쏟을 경우, 제한된 하루 24시간 속에서 쉴 권리, 놀 권리를 포함한 다른 권리들이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아동 노동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15세 미만 아동이 노동을 해야 할 경우 취직 인허증을 발급받아야 하며 청소년 기본법, 최저임금제도 등으로 보호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유튜브에 나오는 아동의 촬영은 놀이로 인식되기 때문에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팀은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제정한 ‘키즈 유튜버 보호법’이나 아동의 노동 수입 일정 부분을 성인이 되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미국 ‘쿠건법’ 사례를 본받아 국내법에도 키즈 유튜버를 위한 보호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강희주 연구원은 “하루 수천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는 플랫폼에서 아동이 출연한 동영상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키즈 유튜버의 놀이 행위가 진정한 놀이가 아닌 노동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사회가 인정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의 놀 권리, 쉴 권리,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동영상에는 인증 또는 검증 과정을 거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유튜브 생태계를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가내 노동으로 이뤄지는 키즈 유튜버 촬영 특성상 아동 권리 침해 사례를 감시하고 제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인 유튜브의 자정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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