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까지 확인되면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사회 곳곳에 이미 오미크론이 퍼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역위기가 심화되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3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사적 모임 규모 축소, 식당·카페 미접종자 인원 축소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유흥시설 집합금지와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조치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역학조사를 하고 해외 입국자를 집이 아닌 시설에 격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외국처럼 자영업자의 손실을 일부 보상해주면서 문을 닫게 하는 강력한 방역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5266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틀 연속 역대 최대치다. 위중증환자 역시 하루 새 10명 늘어 역대 최다인 733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도 47명 추가됐다.
전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보고됐다.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한 인천 40대 부부 2명과 공항에 마중 나간 30대 지인, 이들과 별도 비행기로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한 경기도 50대 여성 2명 등 총 5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불어난 것은 이들이 확진 전까지 제한 없이 외부활동을 하면서 수십명의 접촉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도 최대 5배 이상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가 해외입국자 한 명에서 우세종이 됐듯 오미크론도 급속히 확산해 조만간 우세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1월 이후 방역을 완화한 상태라 오미크론 감염자의 접촉자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변이 의심자들이 많고 접촉자 중에서도 변이 감염자가 나올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더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 교수는 “(위드코로나로) 거리두기가 적절하게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오미크론 변이가 퍼져나갈 가능성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가 주도하는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오미크론 방역망이 사실상 뚫린 만큼 더는 변이가 확산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주 철저하게 역학조사를 하고, 감염자 주변인들의 접종 여부를 파악해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입국자는 자가격리가 아니라 시설격리가 필요하다”면서 “지난달에만 8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을 강화하지 않으면 사망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더이상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확산세에 오미크론 우려까지 더해진 만큼 사적모임 제한, 영업제한 등의 방역강화도 주문한다.
김남중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를 줄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가 감당하긴 어렵기 때문에 막을 수 있을 때까지 막아보고 정치 지도자가 보상을 각오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정부당국이 더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거리두기를 조정하지 않으면 오미크론이 더 빨리 퍼질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오미크론이 전세계적으로 퍼지는 상황이라 국내 확산을 막으려면 단기적인 입국제한이 아니라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전체 입국자는 백신접종 관계 없이 자가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소 2주 정도는 역학조사를 통해 오미크론 발생 국가에서 들어온 이들을 추적·관리해야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에 오미크론이 이미 들어왔기 때문에 거리두기나 연말모임 제한, 마스크 착용 등 접촉차단이 제일 중요하다”며 “확진자가 늘면 더 빠른 속도로 오미크론이 늘고, 병상이 없는 상태에서 고령자들이 중증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녁모임과 회식을 취소하는 등 시민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신모씨(33)는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지인들과 연말 송년회 취소를 논의 중이다. 신씨는 ”병상도 없고 확진자도 늘고 있어서 무섭다“면서 ”위드코로나 되면서 곧 코로나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다시 공포감이 생겼고, 출근하는 것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회식, 송년회 다 취소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27)도 ”위드코로나 시작되면서 회식이 늘어나고 있고, 식당이나 카페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면서 ”다시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제한하고, 거리두기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영업자들이 힘들고 고충도 알지만 5000명이 넘어가는 상황이기에 패닉에 빠지기 전 어떤 수를 써서라도 통제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고 했다.
일부 유럽·북미 국가들처럼 자영업자 손실을 보장해주는 선에서 영업을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호주와 스위스는 방역조치로 자영업자가 입은 소득 손실의 각각 70%, 80%까지 보상한다. 독일은 매출이 준 기업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임대료 포함 고정비용의 최대 90%까지 지원한다.
정기석 교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으로 전용하면 재원은 충분하다“며 ”자영업자 손실을 100% 보장해줄 순 없더라도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세금신고서를 기준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손실보상을 제대로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제한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보상을 제대로 안해주는 게 불만인 것“이라며 ”기획재정부가 나서 자영업자들의 손실보상을 확실히 약속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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