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확인된 인천 거주 40대 여성 A 씨는 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전파가 이렇게 빠를 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와 역학적으로 관련된 접촉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방역당국은 전국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초기에 미각·후각 상실”
A 씨는 지난달 19일 처음 목이 아팠다고 전했다. 남편과 함께 세미나 참석차 나이지리아에 간 지 닷새 만이었다. 21일부터 냄새와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고, 설사도 했다. 이런 증상은 22일부터 점차 사라졌다. A 씨 남편은 지난달 24일 인천행 항공기에서 처음 오한 증상을 보인 뒤 미각과 후각이 무뎌지고 미열이 나타났다. 다만 증세가 무겁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미크론 변이 발생을 처음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의료진은 기존 코로나19와 달리 초기에 미각과 후각 상실이 없었다고 설명했었다. A 씨는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냉방병이나 감기에 걸린 줄 알았다”며 “가벼운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2일까지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확인된 건 A 씨 부부와 아들, B 씨 등 6명이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 가족과 지인 등 7명이 추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A 씨는 “가장 심하게 앓았던 건 나와 남편이었고, 그 다음은 아들과 B 씨, B 씨의 부인 순이었다”고 말했다. 감염이 2차, 3차로 진행할수록 덜 아프고 짧게 앓았다는 얘기다. 특히 B 씨의 60대 장모는 당뇨병 환자인데도 별 증상이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바이러스가 전파를 거듭할수록 더 약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했다.
○ “이동 내내 마스크 썼는데 감염”
A 씨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에 크게 놀랐다고 했다. A 씨 부부가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 B 씨가 자가용으로 보건소와 자택에 데려다줬다. 이동 시간은 50분 정도였다. 3명 모두 마스크를 썼는데도 B 씨가 A 씨 부부를 통해 감염됐다는 것이다. A 씨 부부가 KF94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걸 감안해도 빠른 전파 속도다. A 씨는 “남편과 B 씨가 차에 타기 전 잠깐 악수를 했는데 그때 옮은 게 아닐까 싶다. 전파력이 진짜 강한 것 같다”고 했다.
B 씨를 통한 3차, 4차 감염도 빠르게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B 씨는 지난달 28일 뒤늦게 나타난 오한 증세로 29일 재검사를 받아 30일 양성으로 확진됐다. 그런데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27일에 B 씨와 만났던 지인도 30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B 씨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 B 씨 부인의 친구 등 4명도 이달 2일 추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비(非)변이 바이러스는 통상 접촉자의 몸속에서 전파력을 갖출 때까지 3∼5일의 잠복기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미크론 변이는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번식한 것으로 보인다. B 씨와 그 주변 확진자와 관련한 접촉자는 900명 수준이다.
○ 접촉자 1000여 명…전국 확산 가능성
A 씨 부부는 지난달 25일 오전 코로나19 양성 통보를 받았고, 이달 1일 정밀검사(전장유전체 검사)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확인됐다. A 씨 부부와 별개로 나이지리아 여행 후 1일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확진된 50대 여성 2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오미크론 변이와 역학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3명에 이른다. 50대 여성 2명과 같은 항공기에 탔던 승객 141명까지 포함하면 오미크론 변이 관련 접촉자 규모는 1000명을 넘어선다.
하지만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에선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탓에 접촉자를 추적해 격리하는 방식의 역학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오미크론의 지역사회 내 확산을 막기엔 이미 늦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2일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이 비수도권으로도 전파됐을 우려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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