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업무와 외상 사건 노출로 ‘마음의 병’을 앓는 소방관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청은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과 함께 실시한 ‘2021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3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소방관 5만8299명 중 92.6%인 5만3980명을 대상으로 ‘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
조사 항목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장애, 수면 문제, 문제성 음주, 자살위험군, 감정노동, 직무 스트레스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엔 코로나19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트라우마 항목을 새로 도입했다.
분석 결과 PTSD를 앓는 소방관은 전체의 5.7%인 3093명이다. 이는 지난해 2666명(5만2119명 중 5.1%)보다 427명(0.6%포인트) 많다. 우울 증상을 호소한 이들은 2379명(4.4%)으로, 지난해 2028명(3.9%)보다 351명(0.5%포인트) 늘었지만, 2019년 2203명(4.6%)보단 176명 적다.
연구진은 “PTSD와 우울 증가 원인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며 “수면 문제와 문제성 음주 감소 원인은 코로나19 방역 지침 강화로 음주 모임이 줄어든 결과”라고 추정했다.
근무기간별로 보면 1~4년차에 PTSD와 우울이 급격히 증가하다 이후 완만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9년차에선 1년차 미만보다 PTSD 유병률이 3배가량 높았다. 극단적 선택 생각 빈도가 높은 위험군은 2390명(4.4%)으로 지난해 2301명(4.4%)보다 89명 많지만, 비율은 같았다. 다만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82명(0.2%)으로, 지난해 53명보다 1.2% 늘었다.
코로나19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즉각 도움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소방관은 357명(1.4%)이었다. 이들이 답한 문항 상위 3개는 ‘다른 사람의 안전이 걱정됐다’, ‘내 안전 문제로 무서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다’ 등이다.
코로나19 업무 중 스트레스 유발 요인은 ▲개인보호장비 불편 46% ▲육체적 피로 26% ▲민원 응대 22.1% 순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업무로 인한 조직 내 낙인·차별 두려움은 크지 않았다.
직무 스트레스 요인 중에선 직무 자율성 결여(47%)가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조직 불공정성(32.4%), 사회적 지지 부족(24.7%) 순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외에 보상 부적절, 일과 삶의 불균형 등의 응답도 있었다.
주낙동 소방청 보건안전담당관은 “조사·분석 결과를 참고해 찾아가는 상담실,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등 마음 건강 예방사업과 진료비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마음 건강 교육·홍보도 강화해 조직문화와 정신질환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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