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6일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본심사에 들어갔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한 시의회와 이에 반발하는 서울시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이날 시의회 예결위는 본심사에 앞서 논평을 통해 “서울시가 제출한 44조원의 내년도 예산은 오세훈 예산이 아닌 서울시 예산”이라면서 “오세훈 시장의 예산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예산을 심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결위는 “자영업,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청년취업, 위기가구 보호, 서민 주거안정과 지역경제 회복에 충분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일회성·전시성 사업 예산은 단호하게 삭감할 것”이라며 “오 시장의 공약사업과 신규사업 중 검증되지 않은 사업,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사업 등의 예산은 과감히 정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주민자치와 민관협치, 공동체의 회복은 서울시의회의 일관된 기조”라며 “전액 삭감된 15개 민간위탁사업과 48개 민간경상보조사업, 무리하게 감액돼 사실상 중단 위기에 놓인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인동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내년도 예산안의 취지와 의미를 헤아려달라”며 “시의 재정적 노력과 기여가 시민의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심도있는 심의와 의결을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시의회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진행된 각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168억원)을 비롯해 ‘안심소득’(74억원), ‘청년대중교통지원’(153억원), ‘서울형헬스케어’(61억원), ‘지천르네상스’(32억원), ‘장기전세주택’(40억원) 등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통합계정 전출금 5399억원도 깎았다.
반면 서울시가 123억원 삭감한 교통방송(TBS) 출연금을 136억원 증액해 올해보다 13억원 늘린 375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마을공동체 사업, 혁신교육지구, 주민자치 예산 등도 잇따라 늘렸다.
예결위는 이날부터 15일까지 예산안 본심사를 진행한다. 8일까지 서울시를 상대로 종합질의에 나선 뒤 소위원회 계수조정을 거쳐 오는 16일 본회의 표결에 들어간다.
본심사 과정에서 주요 사업 예산을 되돌리려는 서울시와 시의회간 갈등은 증폭될 전망이다. 양측의 충돌이 거세지면 친환경 무상급식을 두고 오 시장과 시의회가 맞붙었던 지난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준예산 편성 사태’나 ‘법적 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준예산은 내년 예산이 법정시한 내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그해 예산에 준해 이듬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당시 시의회는 준예산 편성 직전 12월 30일 서울시의 동의없이 증액한 예산을 일방적으로 의결한 바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의회는 예산 삭감 등 심의 권한을 갖고 있지만 지자체장의 동의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는 없다.
다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오 시장과 시의회가 막판 타협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0년 전 준예산 사태 때 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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