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수도권을 넘어 비수도권 지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번 4차유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는데, 최근 들어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이 훌쩍 높아졌다.
수도권에 국한된 유행 상황이 비수도권으로 옮겨가는 것은 방역 측면에서 나쁜 신호다. 전국적인 대유행을 뜻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에도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 중환자 병상이 하나도 남지 않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번질 수 있다.
◇비수도권 비중 19%→25.3%…위험도 평가 ‘중간’도 안심 못해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는 12월 1주차 코로나19 위험도를 전주와 동일한 ‘매우 높음’으로 평가했다. 평가 지표는 전주보다 더 악화한 양상이고, 수도권 의료대응역량은 한계를 초과했다.
이상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코로나19 주간 위험도 평가’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지난 한 주(11월 28일~12월 4일)간 수도권, 비수도권 중환자실 병상가동률(11월 4주 수도권 83.4%→12월 1주 87.8%)은 꾸준히 증가했다. 비수도권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은 전주 50.3%에서 62.8%로 증가해 11월 3주차 전국 중환자실 병상가동률(62.6%)과 유사했다.
수도권 의료대응역량 대비 발생은 111.2%로 의료대응 역량을 초과했고, 비수도권도 49.8% 수준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확진자가 늘어나면 지역 병상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수도권 환자를 이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상원 단장은 “지난주 종합적인 위험도 평가 결과, 전국은 ‘매우 높음’이며 수도권도 ‘매우 높음’, 비수도권은 ‘중간’으로 평가했다”며 “전주와 평가 결과는 동일하지만 전반적 지표는 나빠졌다”고 우려했다.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일주일(12월 1일~7일)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19%→21.7%→21.5%→20.8%→24.8%→29.9%→25.3%’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지역발생 확진자 현황은 ‘965명→1136명→1059명→1108명→1262명→1286명→1246명’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사이에 29.1% 증가했다. 또 사흘 연속으로 1200명대를 기록했다.
진단검사 건수가 감소해 신규 확진자가 줄어드는 주말효과가 끝나는 오는 8일에는 비수도권 확진자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신규 확진자가 6000명~7000명대에 진입하면 비수도권 지역발생도 2000명을 넘어설 수 있다.
6일 기준 주간 감염재생산지수는 전국 1.16이며, 6주일 연속으로 확산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1.16, 비수도권은 1.18이었다. 최근 한 달간 감염재생산지수는 ‘1.06(10월4주)→1.20(11월1주)→1.05(11월2주)→1.10(11월3주)→1.19(11월 4주)→1.16(12월 1주)’ 흐름을 보였다.
비수도권 유행이 수도권을 추월한 것이다. 비수도권 감염재생산지수가 수도권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동안 비수도권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컸는데, 델타(인도)와 오미크론 변이가 함께 유행하면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확산세를 멈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중증 환자는 ‘11월 1주 365명→11월 2주 447명→11월 3주 498명→11월 4주 576명→12월 1주 697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126명→127명→ 161명→248명→317명’ 흐름을 보였다.
위중증 환자는 60대 이상이 584명(83.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50대 91명(13.1%), 30대 이하 22명(3.2%) 순이었다. 60대 이상 위중증 환자는 10월 2주 82.1%에서 83.8%로 증가했다. 사망자는 60대 이상이 304명(94.4%)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40~50대 11명(3.5%), 30대 이하 2명(0.6%)으로 나타났다.
방역 전문가들은 강력한 방역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만약 비수도권마저 큰 유행을 겪을 경우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마비될 수 있어서다. 6일 0시 기준으로 1일 이상 병상 배정 대기자는 수도권 982명, 비수도권 30명으로 집계됐다.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3%(1237개 중 994개 사용)로 나타났다. 전국의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과 감염병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은 각각 68.1%(576개 중 392개 사용), 72.3%(1만1583개 중 3213개 사용)로 집계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특별방역대책으로는 방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연말연시 방역 긴장감이 풀리는 만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조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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