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 기재된 영문 이름이 발음상 놀림감이 될 수 있다면 이름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7일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여권의 영문 이름을 변경하려는 고등학생 하모 씨의 신청을 거부한 외교부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여권의 대외 신뢰도 등을 이유로 영문 이름을 여권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2009년 7세였던 하 씨는 부모를 따라 외국에 가고자 첫 여권을 발급했다. 하 씨는 ‘HENA’라는 영문 이름을 기재했다. 당시 국어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 자신의 영문 이름을 지으면 야생동물인 ‘하이에나(HYENA)’와 영문 표기가 똑같아 ‘Y’를 빼고 기재한 것이다.
그러나 하 씨는 외국에서 생활하는 1년 동안 자신의 성인 하(HA)와 ‘HENA’를 이어서 읽으면 ‘하이에나’로 발음된다는 이유로 외국인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하 씨는 여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후 새 여권을 만들면서 ‘HANNAH’로 영문 이름을 바꾸겠다고 신청했으나 외교부는 이를 거부했다.
하 씨는 외교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하 씨의 한글 이름과 변경하고자 하는 영문 이름이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 외래어 표기법엔 맞지 않는다는 점 ▲통계 자료상 하 씨와 같은 한글 이름을 ‘HANNAH’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는 점 등을 들어 외교부 처분이 위법하지는 않다고 봤다.
다만 ▲하 씨의 성과 이름을 붙이면 하이에나로 발음될 가능성이 큰 점 ▲하 씨가 아직 고등학생인 점 ▲어릴 때 1년간 외국에 체류하고 귀국한 뒤 다시 출국하지 않아 영문 이름 변경이 여권의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교부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민성심 국민권익위 행정심판국장은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외국 정부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영문 이름 변경은 신중하게 허용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안은 국민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과도 관련이 큰 만큼 이름 변경을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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