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스페인서 본 것과 동일… 서양인이 만든 조선 지도 중 最古
일본이 18세기에 그린 아시아 지도, 독도를 ‘조선 소유의 섬’으로 표기
국립해양박물관 고지도 기획전… 동서양 고지도 69점 독점 공개
과거 한국에 대한 인식 알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6월 스페인 방문 이전에 우리 박물관을 찾았다면 관련 내용을 더 일찍 파악했을 겁니다. 스페인이 갖고 있던 것과 같은 자료를 수년 전에 확보해 두고 있었거든요.”
6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백승옥 학예연구실장이 당빌의 ‘조선왕국전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날 ‘고지도, 수평선 너머의 세계를 그리다’ 기획전시 언론공개 행사에 참여한 방문객들은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이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문 대통령이 6월 스페인 국빈방문 당시 상원의사당 도서관이 양국 우호 차원에서 꺼내 보이며 세계적 이목을 끌었던 지도와 동일한 것이다.
독도가 한국의 섬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주는 사료인데 울릉도와 독도 두 섬이 경상도 동해안에 매우 근접해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당시 독도를 칭하던 우산도(于山島)는 천산도(千山島)로 혼동해 중국식 발음 친찬타오(Tchian Chan Tao)로, ‘반릉도’로 불리던 울릉도는 ‘판링타오(Fan Ling Tao)’로 각각 표기됐다. 1735년 프랑스 지도학자 당빌이 완성한 이 지도는 서양인이 만든 조선지도 중 가장 오래됐으며, 19세기 한반도 근해를 실측한 근대지도가 나오기 전 가장 정확하게 우리나라를 담았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획 전시의 취지는 20세기 이전 고지도를 통해 과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어떻게 인식됐는지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73점의 동서양 고지도가 전시되는데 해양박물관은 2012년 개관 이후 독점적으로 확보해 왔던 69점을 공개한다. 규장각 등 다른 기관의 소장품을 대여한 것은 4점이다.
16세기 전후의 고지도를 보면 당시 유럽인은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를 미지의 세계로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 해역에 위협적인 바다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상상의 그림으로 지도에 표현한 1595년 네덜란드 랑그렌 형제의 ‘동아시아지도’도 흥미를 끈다. 또 이 시기 대다수 지도는 조선을 ‘콘라이(Conrai)’ ‘콤라이(Comrai)’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코리아(Corea)’ 발음을 잘못 듣고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리정보가 부족했던 탓에 조선은 섬으로 인식됐다.
동해와 독도가 명확히 우리 해양 영토임을 입증하는 고지도도 많다. 일본이 제작한 지도에서도 독도를 한국 소유로 규정하고 있었다. 1785년 하야시 시헤이의 ‘삼국통람여지노정전도’는 당시 일본을 파란색, 한국 노란색, 중국은 붉은색 등으로 구분했다. 독도는 노란색이다. 또 이 지도의 독도 아래에 “조선 소유의 이 섬에서 은주(일본의 오키섬)가 보인다. 또 조선도 보인다”고 적혔다. 17세기까지 ‘동양해’ 등 동아시아 바다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표기됐던 한국과 일본 사이의 해역은 18세기 이후 ‘동해(THE EASTERN)’ ‘한국해(COREAN SEA, Sea of Korea)’란 명칭으로 바뀌어 사용됐다는 것을 여러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안내를 맡았던 신소명 학예사는 “1459년 만들어져 유럽 최초의 세계지도로 알려진 프라 마우로의 세계지도가 국내에 최초 공개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맨 처음 볼 수 있는 이 지도는 원본이 남아 있지 않아 모사본을 다시 베낀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김태만 해양박물관장은 “지도는 옛사람들이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해 만든 해양 개척의 산물”이라며 “금박으로 장식됐거나 양가죽으로 만들어진 것도 많아 역사적 중요성 외에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7일 시작된 전시회는 내년 3월 6일까지 이어진다. 그룹 위너의 강승윤이 오디오 가이드의 내레이션을 맡아 이해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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