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는 현재 도지사가 없다. 현직도 그렇고, 전직도 보기 어렵다. 전직 행정부지사,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고향을 등졌다.
김경수 전 도지사는 드루킹 댓글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다. 관선, 민선을 합쳐 10년을 재직한 김혁규 전 도지사는 서울에 살면서 과거 사업을 했던 미국을 왕래하고 있다.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인 홍준표 전 도지사도 가끔 고향인 경남을 오갈 뿐이다. 역시 지역구 의원인 김태호 김두관 전 도지사는 서울과 경남을 오르내린다. 관선 도지사들도 경남엔 없다. 역대 시장, 군수 가운데에도 짐을 싼 사람이 여럿이다.
경남 행정부지사를 지낸 20여 명 중 선거에 나선 김채용 한경호 씨 등을 제외하고는 서울 또는 수도권으로 갔다. 이주영 김재경 두 전직 국회의원 등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일부 말고는 지역구 3, 4선들도 고향 떠난 지 오래됐다.
전남 경북 등 수도권에서 먼 광역자치단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정을 맡고 지역구를 책임지며 “지방” “분권”을 외쳐대던 그들이 지방을 외면하는 마당에 누구더러 지역으로 돌아오라 하고, 또 살라고 권하겠는가. 섭섭함보다는 배신감이 앞선다. 그래서 귀향을 통해 분권, 균형발전을 호소한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실천은 의미가 크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지방소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지방분권을 위해 과감한 재정자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언론들도 앞다퉈 ‘지방분권’ ‘지방소멸’ 특집을 다룬다. 내년 경남도지사 선거를 준비하면서 유튜브에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를 거론하는 후보도 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또 임기를 마치고 나면 그들이 어디에 머물지는 두고 봐야 한다.
개인 사정이 다르고 주거 이전 자유도 보장된다지만 부디 차기 경남도지사와 경남교육감 등은 퇴임 후 경남에서 후학들을 만나며 봉사하는 원로로 남아 주기를 기대한다. 그게 지방을 살리는 첫걸음이요 첩경이다. 아니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형편이 허락해 장학재단이나 기부단체를 만든다면 금상첨화다
제8회 동시지방선거는 170일 남았다. 평생 고향에서 근무하고 정년퇴직 이후에도 계속 머무를 기자는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를 미리 생각해봤다. 도지사의 첫째 조건은 퇴직 후 경남에 남을 후보, 둘째 대선 도전 안 할 후보, 셋째 진주의 경남도서부청사 이슈를 정리할 후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선 경남도지사 5명 가운데 4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거나 대선 출마 등을 위해 중도 사퇴했다.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권한대행 반복’의 기막힌 역사다. 도정은 표류했고 손실은 컸다. 특히 도 본청과 서부청사로 나뉜 두 집 살림은 골칫거리다.
인구절벽을 넘어 농촌소멸 시대라곤 하나 우리 고향은 여전히 살만하다. 수도권에선 돈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훌륭한 자산들이 수두룩하다. 세금폭탄 걱정 안 해도 된다. 큰 권력, 비싼 물건은 귀할지 몰라도 공기 좋고, 물 맑고, 물가도 싸다. 산 오르기 편하고, 바다 가깝다. 부모, 형제, 친구가 맞아주는 인심은 아직 넉넉하다. 대설절 고향집에서 바라보는 사천만 저녁노을. 예나 지금이나 서럽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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