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째 표류 중인 핵심개발사업… 인천경제청, 수차례 협상 시한 연장
이미 취소된 151층 건물 건설 계획… 일부 주민들 ‘추진 요구’ 무시 못해
“내년 지방선거까지 미룰 것” 예측도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중심부 128만여 m² 용지 개발사업의 협상시한(20일)이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협상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문화 관광 업무 시설 등이 들어서는 6·8공구 중심부 개발을 위해 우선협상대상자인 블루코어컨소시엄(블루코어)과 올 4월부터 수차례 협상 시한을 연장하면서 8개월째 협의를 벌이고 있다. 6·8공구 중심부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건너자마자 첫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송도국제도시의 얼굴 같은 지역이지만 10여 년째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 토지 가격 등 합의점 못 찾아… 협상 난항
8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6·8공구 중심부 개발사업은 송도국제도시의 핵심 개발사업이다. 박남춘 시장도 관심을 갖고 올해 안에 협상을 마무리해 주길 바랐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인천경제청과 블루코어는 아직까지 토지 가격 등 기본 사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11월 이원재 인천경제청장 등 간부들이 박 시장에게 6·8공구 업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6·8공구 협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해 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해묵은 현안을 올해 안에 해결하자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151층 초고층 빌딩을 건설해야 한다는 송도 일부 주민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자칫하면 협상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인천경제청 일부 직원은 “6·8공구 협상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미루면서 버티자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블루코어가 151층을 건축해야 할 의무 등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천경제청이 주민 눈치 보기에 급급해 협상을 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6·8공구 당초 개발사업자는 2007년 8월 미국 포트먼사 주관으로 설립된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였다. 이 회사의 개발 계획에는 151층 인천타워 건립이 포함됐지만 경기 침체 영향 등으로 2015년 1월 사업이 무산되면서 철수했다.
블루코어는 이후 2017년 5월 인천경제청이 다시 실시한 국제공모에서 선정된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다. 따라서 인천경제청이 블루코어에 151층을 건립할 것을 강제할 수 없다.
○ 토론회에서도 ‘찬밥 신세 된 151층’
지난달 30일 열린 시민토론회에서는 초고층 빌딩이 더 이상 도시의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우세했다. 초고층 빌딩이나 타워 건설 백지화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다 안정성은 물론이고 탄소중립 등에도 역행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명식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회장(동국대 건축공학부 교수)은 토론회에서 “이제 빌딩 높이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수직으로 올라가는 랜드마크에서 그 지역의 대표성을 부여하는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그니처 타운으로 개발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초고층 건축물은 일조권을 침해하고 빛 반사도 심각한 데다 수직 피난 거리에 따른 재난 대응에도 취약하다”고 했다. 인천의 시민단체도 151층 건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송도 입주민 단체는 “GTX 노선 확정, 워터프런트 조성 등 각종 인프라와 개발 수요가 확충된 만큼 사업자의 개발이익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151층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권 인천경제청 투자유치본부장은 “인천경제청은 시민토론회 등을 통해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송도 발전에 부합하고 주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발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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