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용천수, 생태환경 차원서 활용하고 보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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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학술대회서 재조명
용천수 656개소 가운데 495곳 방치… “수자원 등 다각도 가치 규명 필요”
보전활동 성과 위해 주민참여 중요

제주시 조천읍 주민들이 용천수를 지역유산으로 보전하기 위해 생활공동체 공간이었던 물통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제주지하수연구센터 제공
제주시 조천읍 주민들이 용천수를 지역유산으로 보전하기 위해 생활공동체 공간이었던 물통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제주지하수연구센터 제공
한라산과 오름(작은 화산체)에 내린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해안가, 산간 지역에서 솟아나는 제주 용천수를 ‘물 유산’으로 보전하고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학회(회장 이영돈)는 ‘물을 품은 제주를 말하다’를 주제로 3일 제53차 전국학술대회를 제주대 해양과학대 4호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용천수를 집중적으로 재조명했다.

지난해 제주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 용천수는 656곳으로, 상수원 17곳, 생활용 100곳, 농업용 44곳으로 활용되고 있고 나머지 495곳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용천수는 과거 제주 주민들의 주거지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상수도 보급, 지하수 개발 등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다. 박원배 제주지하수연구센터장은 “용천수에 대한 현황 조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수문지질학, 수자원, 물이용 문화, 생태환경, 자연경관 측면에서 가치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천수가 나는 ‘물통’은 식수, 채소 씻는 곳, 빨래, 목욕 등 3, 4칸으로 나뉜다. 물을 긷거나 빨래를 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우애를 다지는 공간이었다. 물을 담았던 옹기인 ‘물허벅’과 길에 돌이 많아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물허벅을 머리에 이지 않고 등에 지려고 만든 ‘물구덕’, 물허벅과 물구덕을 내려놓았던 ‘물팡’ 등은 용천수와 관련된 대표적인 민간 도구로 꼽힌다. 음력 7월 백중날에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질병을 고치려 했던 ‘물맞이’도 물 이용 문화의 하나다.

이번 학회에서 용천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전하려는 주민 활동도 주목을 받았다. 수량이 풍부한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는 41곳의 용천수가 있다가 지금은 20곳 정도 남아 있다. 주민 건의로 용천수 보전관리사업이 진행돼 용천수 탐방길이 만들어지고 관련 조형물과 벽화 등이 들어섰다.

김유진 제주생태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매주 수요일 모이는 지킴이 단체를 발족시키고 ‘물학당’을 개관했다”며 “성과를 거두려면 용천수 마을의 운영 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인증제를 도입해 참여 활동이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용천수 용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오래전부터 제주 주민들은 용천수보다는 ‘산물’을 일상적인 용어로 썼다. 산물은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 또는 ‘살아있는 물’을 뜻한다. 용천수는 1923년 일본인이 쓴 ‘제주도 생활 상태 조사’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계나 행정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용천수는 물이 솟아나는 형태를 특징화한 용어로 보이는데, 퇴적층 등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까지 포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정광중 제주대 교수는 “용천수가 생활문화에서 사라지기 전에 물 유산으로서 가치를 규명하고 현대에 맞게 활용 보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용천수#물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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