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액이 604억4000만 달러(약 71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월 기준으로 6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100억 달러 달성을 온 국민이 함께 기뻐했던 1977년 연간 수출액의 6배나 되는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수출액은 13개월 연속 증가 행진을 하고 있다.
품목별로도 고르게 ㉠선전하는 중이다. 반도체, 석유화학, 일반기계, 석유제품, 선박, 철강,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도체는 모바일기기 수요가 늘면서 17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한때 사양산업이었던 선박도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되살아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4억 달러짜리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 액화 저장 플랜트’를 아프리카 나라 모잠비크에 인도했다.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1964년이다. 그해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정했다가 1990년 ‘무역의 날’로 이름을 바꿨다. 이어 2011년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한 것을 기념해 2012년부터 날짜를 12월 5일로 변경했다. 한국경제가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버티고 일찍 극복할 수 있었던 데도 수출산업의 뒷받침이 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최근 5년 동안의 평균 증가율을 이어갈 경우 이르면 2024년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시대에 진입한다. 연간 수출 7000억 달러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5개국만 달성했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2030년에는 한국의 수출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불안요인도 있다. 11월 수출액에는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감염력이 델타 변이의 최대 6배에 달한다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국경 봉쇄가 늘어나고 물류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어떻게든 넘긴다 해도 내년부터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심각한 무역갈등과 경제 패권 다툼도 변수다. 미국 정부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에도 미국 내 설비투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개별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국내 제조업 일자리에는 마이너스다. 지속적으로 수출경쟁력을 키워 가는 한편으로 국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한국경제에 던져진 중요한 숙제다.
동아일보 12월 4일 자 허진석 논설위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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