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전쟁도 불사” 강수 둔 푸틴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0일 03시 00분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1989년 12월 미국과 소련은 냉전 종식을 선언합니다. 1990년 미국과 서독은 통일된 독일의 동쪽 국경선 밖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영향력을 확장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로 인해 동독에 주둔하던 소련군은 철수할 명분을 얻었고 동독과 서독은 하나의 국가로 통일됐습니다. 당시 동독에서 이 상황을 지켜본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이 있었습니다. 이 젊은이가 지금의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69·사진)입니다.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되고 8년 뒤 1999년에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속속 나토에 가입하게 됩니다. 2004년에는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이 나토로 넘어갑니다. 이들은 냉전 시대 소련 중심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가입했던 국가들입니다.

푸틴으로서는 우군을 잃는 것도, 나토의 동진(東進)도 불편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는 우크라이나까지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마저 나토에 넘겨줄 수 없는 속사정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뿌리가 키예프 공국이고, 그 키예프가 바로 우크라이나 수도입니다. 13세기 키예프가 몽골제국의 침입으로 함락되자 주민들이 동북부로 이주해 건설한 곳이 모스크바입니다. 이렇게 세워진 모스크바 공국이 오늘날 러시아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이송하는 관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해 유럽으로 이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남쪽 크림반도에는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가 있습니다.

이런 요충지가 서방 세력의 영향권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으니 푸틴의 심기가 편할 리 없겠지요. 러시아는 군사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고, 이어 2014년 3월에는 우크라이나에 붙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습니다. 나토는 이런 군사 행동에 대해 ‘러시아가 먼저 약속을 깬 것’으로 판단하고 2016년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에 나토군을 배치하기에 이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러시아의 17만 병력이 집결했습니다. 내년 1월 전쟁설이 나옵니다. 푸틴 대통령은 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화상 전화회담을 했습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발 긴장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면서 팽팽히 맞섰습니다. 바이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푸틴은 제재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주변 정세 악화의 책임은 미국과 나토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다면 유럽의 안정과 세계 질서에 균열이 생길 겁니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안보 패권이 흔들릴 것이고, 그 틈을 비집고 중국의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지렛대 삼아 나토의 동진 억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전쟁의 득과 실을 계산했다면, 벼랑 끝 타협의 기대를 버리기엔 이릅니다.

#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푸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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