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통지를 하루 앞둔 9일 법원이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과목에서 오류 논란이 불거진 문제의 정답 효력을 정지했다. 1994년 수능 시행 이후 처음이다. 수능 최저학력 등급이 걸린 수시는 물론이고 정시모집 일정에도 혼란이 우려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이날 고모 씨 등 수험생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낸 2022학년도 수능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추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수험생들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다룬 생명과학Ⅱ 20번 문제가 지문에 따라 계산하면 한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이 문항에 대해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리며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며 정답을 유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번 문항의 정답이 인정된 채로 성적표가 통지될 경우 수험생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20번 문항의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에 대해 “이를 기준으로 2022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및 정시전형의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험생들의 손해는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효력 정지 기간을 본안 사건의 1심 판결 선고 때까지로 정했다. 1심 판결까지 생명과학Ⅱ를 응시한 6515명의 해당 과목 성적 통지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9일 생명과학Ⅱ 응시자를 포함한 모든 수험생의 성적표를 10일 예정대로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생명과학Ⅱ를 응시한 경우 해당 과목은 공란으로 처리해 배부된다.
수능 성적 통지일 전날 성적 발표가 미뤄진 것은 수능이 도입된 후 처음이다. 2014학년도, 2010학년도 등 수능 정답이 바뀐 적은 있었으나 성적표가 통지된 이후에 법원 판결이 나와 특별법으로 구제되거나, 성적표 배부 전 평가원이 정답을 정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예정된 대입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탐구영역을 포함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제시하는 전형은 최종 합격자 발표가 미뤄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시 합격자 발표는 16일까지다. 수시 합격자 발표가 미뤄지면 정시 이월 인원 등의 판단이 늦어져 정시 일정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주로 이과 상위권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이라 의대나 약대 전형 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
수험생들은 2일 소송을 제기했으나 그동안 교육부와 평가원은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에 대비한 성적 통지 방안을 만들어두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9일 2022학년도 수능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가처분 인용에 대한) 시뮬레이션 절차를 가지지 않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후속 대입 일정에 대해 대학교육협의회 및 각 대학들과 협의하고, 본안 판결이 조속히 나오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