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채점을 하고 나서 엄마와 전화했는데 엄마가 ‘만점인데 왜 이렇게 무덤덤하냐’고 했어요. 무덤덤한 성격이다 보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도 감정의 동요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유일하게 전과목 만점을 거머쥔 고려대 행정학과 재학생 김선우씨(19)는 10일 이같이 소회를 말했다.
이날 서울 서초 메가스터디 본원서 열린 간담회에는 올해 수능 유일한 만점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언론사 10여곳이 참여했다.
김씨는 본인의 침착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간담회 내내 ‘멘탈 관리’를 언급했다. 김씨는 “수능 당일에도 멘탈 관리를 하느라고 아무 생각을 안 했다”며 “졸지 않기 위해서 옷을 얇게 입고 갔었는데 추워서 떨리는 건지 긴장해서 떨리는 건지 구분이 안됐다”고 말했다.
수능 성적통지표가 이날 배포된 가운데,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 만점자가 전체 응시자 44만8138명 중 단 1명이라고 밝혔다.
수능 만점자는 국어·수학·탐구(2개 영역)에서 모든 문제를 맞히고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에서 1등급(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을 가리킨다. 김씨는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제2외국어 중국어에서도 1등급을 받았다.
‘역대급 불수능’이라 불리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김씨에게도 어려운 시험은 큰 부담이었다.
김씨는 “수능 1교시 국어에서 문학이 생각보다 까다롭다고 여겨져서 당황했다”며 “그래도 수능1교시는 멘탈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정도로 어려우면 이번 수능은 불수능이겠구나’라는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학도 올해는 ‘준-킬러’ 문항들이 많았는데 그외 쉬운 문제에서 시간을 단축하고자 노력했다”며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잠깐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식으로 멘탈을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수험생활에 ‘예외를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생활해왔다.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밤 12시30분에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고, 밥을 먹고 운동장을 돌거나 자기 전 간단히 운동하며 관리했다”고 말했다.
책을 많이 읽는 습관도 도움이 됐다. 김씨는 인문학과 사회학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왔다고 말했다. 그런 김씨는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았다. 김씨는 독서 생활과 국어 영역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양질의 텍스트를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초 동탄국제고 졸업 후 고려대 행정학과에 입학한 상태에서 재수를 한 반수생이다. 올해 4월 대학 중간고사가 끝날 때쯤 반수를 결심한 김씨는 6월부터 기숙학원에서 공부를 해왔다.
짧은 준비 기간으로 인해 조급함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었다. 김씨는 기출 문제를 풀며 이를 극복했다. 김씨는 “기출 문제를 푸는 게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문제를 맞히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선지 분석을 통해 어떤 식으로 표현이 나왔고, 지금 다른 문제에 나온다면 어떻게 나올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학원 담임 선생님이 마음을 다잡아 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김씨는 “반수를 시작한 후 7월에 첫 모의고사를 보고나서 성적이 정말 안 나와 낙심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수험생활을 끝낸 김씨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걸 묻자 김씨는 “수능 끝나고 바로 떠오른 것은 머리 염색”이라며 “처음으로 염색을 하는 거니 일단 갈색으로 하고, 수험표 할인이 끝나기 전에 하러 갈 것”이라며 웃었다.
김씨는 구체적인 진로를 생각해놓지는 않았다면서도 장래 정부 부처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에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래서 정부 부처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런 김씨는 현재 서울대 경영학과 지원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국어 영역에서 ‘언어와 매체’를, 수학 영역에서 ‘확률과 통계’를, 탐구 영역에서 사회문화와 경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학교에서 배워왔던 중국어도 제2외국어 과목으로 선택했다.
앞으로 수능을 치르게 될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김씨는 “이번 수능이 불수능이었던 만큼 많이들 걱정하고 있을 텐데 걱정하기보다는 멘탈을 잡고 수능날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수능 만점자 1명은 만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2011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적은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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