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전날(9일) 사직서를 비서에게 맡기고 퇴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부인에게 “자존감이 무너졌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천도시공사 관계자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장 부속실 직원에게 전날 오후 3시경 사직서를 맡긴 걸 오늘 알았다”라며 “정식으로 접수되지 않아 대부분 직원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 소속 수행기사도 “전날 사표를 낸 지도 모르고 우리 집에서 출근 대기 중이었다. 회사 직원으로부터 사장님이 실종돼 수색 중이라는 말을 (뒤늦게) 들었다”고 했다.
공사 직원들은 전날까지 유 전 본부장을 마주하며 별다른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 공사의 한 직원은 “사장님은 대장동 의혹이 나온 뒤에도 평소대로 출퇴근하며 업무를 수행했고 어제도 평소와 다른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라며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 뇌물 관련 의혹에 대해 평소 직원들에게 억울함을 내비쳤다고 한다. 공사의 또 다른 직원은 “사장님은 ‘대장동 관련해 내 명예가 훼손돼 억울하다’는 취지의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특히 검찰이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잡히자 유 전 본부장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의 유족 측은 경찰 조사에서 유서와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경찰은 “통상 변사사건은 유족이 유서를 공개하지 않으면 경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확보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타살 혐의점 등 경찰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출신인 유 전 본부장은 2011년 성남도시개발공사(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3년 9월 공사가 설립되자 개발사업본부장에 올라 대장동, 위례신도시 등 개발사업을 총괄했다. 공사 내부에선 ‘유원(one)’으로 불린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에 이어 2인자를 뜻하는 ‘유투(two)’로 불렸다.
2018년 9월 퇴직한 뒤 2019년 1월 포천도시공사 전신인 포천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같은해 6월 출범한 포천도시공사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포천도시공사 사장 임기는 다음달 7일 종료 예정이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