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김모 군(18)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교육부는 16일로 예정돼 있던 2022학년도 대입 수시 전형의 발표일을 18일로 연기했다. 전날 법원이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대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 김 군은 “수시 합격 발표가 나와야 정시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데 정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날짜가 이틀 미뤄져서 불안하다”고 했다.
이날 사상 초유의 ‘정답 통지 유예’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역대급 불수능에 깜깜이 지원 문제까지 겹치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권 대학에서 반수를 준비하는 자녀를 둔 이모 씨(46)는 “재수생은 3학년 2학기 내신이 들어가서 정시가 더 유리한데 의대 지망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생명과학Ⅱ 점수가 공란으로 나와버리니 공과대 지망인 아들까지 지원 전략을 못 세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수능은 첫 문이과 통합 수능이라 특히 문과생들의 성적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대전의 한 고교 교감은 “문과 학생들 성적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늘 1등급을 받던 문과 최상위권 아이들 중 수학 1등급이 한 명도 없었다”며 “첫 문이과 통합 수능이라 지난해 점수를 올해 활용할 수 없어서 정시 예측이 어려워졌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에 거주하는 문과생 정모 양(18)은 “불수능 때문에 평소보다도 점수가 나오지 않아 속상하다”며 “학원 선생님과 정시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긴 한데 표준점수 예측이 어려워 막막하다”고 했다.
빈 성적표를 든 생명과학Ⅱ 응시생들의 불만도 컸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정모 군(18)은 “표준 점수 1, 2점이면 대학 입시에서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는데 성적이 나왔는데도 점수를 예측할 수 없으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