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퇴직은 사회적 죽음 같았다, 하지만…”[서영아의 100세 카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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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생 2막]대기업 임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된 정선용 씨
퇴직 6개월만에 저서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로 베스트셀러 작가 등극
25년 월급쟁이가 퇴직하고 나서 깨달은 것들
“직원으로 시작하라, 하지만 직원으로 살지 마라”
근로소득에서 사업소득, 자본소득으로 옮겨갈 준비해야

대기업 임원이던 정선용 씨(54)에게 인생 2막은 느닷없이 닥쳐왔다. 지난해 9월 마지막 금요일, 25년간 일한 회사에서 퇴직을 통보받았다. 20대 후반부터 인생의 모든 것을 올인하다시피 한 회사였지만, 무언가에 얻어맞은 느낌이 드는 퇴직이었다.

“임원 퇴직 통보는 금요일에 합니다. 아무도 없는 주말에 짐을 빼도록 해주는 일종의 배려죠. 주말에 짐을 챙겨 나오는데 종이박스 3개 분량이 전부더군요. 25년 세월이 이게 다구나. 하루아침에 사회에서 필요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았습니다.”

바로 다음주가 추석이었다. 부인에게 ‘올해는 본가도 처가도 가지 말자. 회사 그만뒀다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정선용씨의 인생 2막은 퇴직 6개월만에 낸 책 한권으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작가 호칭을 얻으며 문화자본가의 대오에 서게 된 것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선용씨의 인생 2막은 퇴직 6개월만에 낸 책 한권으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작가 호칭을 얻으며 문화자본가의 대오에 서게 된 것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선용씨의 첫 책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 표지. 3월에 발매된 뒤 6만여부 팔렸다.
정선용씨의 첫 책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 표지. 3월에 발매된 뒤 6만여부 팔렸다.


○ “당당한 나훈아, 문화자본가였다”
그를 나락에서 구해준 것은 추석전날 TV에서 방영된 나훈아 쇼였다.

“근 3시간의 콘서트를 쥐락펴락하는 나훈아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지요. 출연료도 받지 않는다는데, 저렇게 당당한 모습은 어디에서 올까. 아하…. 그에겐 자본소득이 있구나.”

나훈아가 저작권료만으로 연간 6억원의 수입이 있고 출연료 같은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근로소득이 끊어지게 된 자신이 왜 힘들고 불안한지 실마리가 잡혔다. 경제구조를 좀더 공부해야겠다, 하루 한편씩 경제에 관련한 글을 쓰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마침 오랜 기간 자신의 블로그(정스토리)에 시간날 때마다 글을 써왔던 차였다.

이번에는 이렇게 쓴 글을 150만 회원을 거느린 네이버 카페 ‘부동산스터디’에 ‘아들아 경제 공부해야 한다’ 시리즈로 연재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나훈아를 자본소득, 남진을 근로 소득에 비유해 그 차이를 밝힌 ‘소득편’은 댓글이 600개가 넘을 정도였다. 직접 만든 곡이 많아 저작권 수입이 큰 나훈아는 문화자본가인 셈이니 직접 노래를 해서 돈을 벌 필요가 없다. 반면 동년배인 남진은 저작권 수입이 없으니 공연과 CF촬영 등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해석이었다.

어느 날엔가는 소득의 세가지 유형을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 이후 삶에 빗대 설명했다. 이주노는 춤이라는 육체노동에 의존해 근로소득을 얻고 양현석은 연예기획사를 차려 사업소득을 얻고 있다. 서태지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서 저작권료를 받으니 자본소득을 얻고 있다는 식이다. 소득유형을 경제용어로만 생각했던 독자에게 명쾌하게 다가가는 설명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났다.

“20편쯤 썼을 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50편쯤을 모아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RHK코리아)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었지요. 교정작업을 하면서 ‘아, 잘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월에 책이 나왔는데 현재까지 6만권 이상 팔렸습니다.”

인세로 9000여 만 원, 책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강연수입도 생겼다. 1년만에 자신의 콘텐츠로 1억 원이 넘는 소득을 확보한 것. 인생 1막을 닫고 2막을 연 순간, 월급받는 근로자였던 그가 자본가, 그것도 문화자본을 밑천삼아 돈을 버는 ‘작가’로 변신한 것이다.

정선용 씨는 소득의 세가지 유형을 설명할 때 저작권 수입이 큰 나훈아(왼쪽)는 자본소득의 사례로, 저작권이 별로 없어 방송출연과 공연장에 뛰어다니는 남진은 근로소득의 사례로 비유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정선용 씨는 소득의 세가지 유형을 설명할 때 저작권 수입이 큰 나훈아(왼쪽)는 자본소득의 사례로, 저작권이 별로 없어 방송출연과 공연장에 뛰어다니는 남진은 근로소득의 사례로 비유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 ‘직원으로 시작하되 직원으로 살지 마라’
정선용 씨를 인터뷰하기로 한 지난달 25일, 아침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오늘 만남이 있음을 상기시키고 약속 장소를 안내하는 내용이다. 그 이틀 전에는 인터뷰에 대비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내주기도 했다. 천상 ‘일 잘하는 직원’의 빠릿빠릿함이 몸에 배어 있다.

이런 그는 글쓰기를 통해 퇴직 이후 흔들리던 자신의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는 것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는다.

“직장인들은 퇴직하는 순간 ‘사회적 죽음’을 경험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원망, 타인이나 환경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시작되죠. 모든 인연을 끊고 외톨이로 지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나에 대한 원망을 걷어낸 건 글을 쓴 덕분입니다. 제 상황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게 됐어요. ‘내 잘못이 아니다. 이건 과정이다. 어차피 끝이 있는 게임이었다. 내년이건 내후년이건 지금 끝나건, 언젠가는 끝날 일이었다. 왜 내가 스스로를 괴롭히나’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열심히 살아왔지만 경제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런 상황에 빠진 거다. 경제구조를 공부하자.”.

책을 낸 뒤 큰아들(24세)과의 대화가 늘었다는 점도 그가 꼽는 소득이다. ‘응’ ‘아니’ 식의 단답형 대화에서 경제와 사회에 대한 제법 진지한 대화까지 하게 됐다. 며칠 전에는 진로를 고민하는 아들이 근로소득은 어차피 한계가 있으니 사업소득으로 시작하는 건 어떨지를 물어왔다. 그는 “회사는 돈 받고 다니면서 사회를 배우는 학교”라며 “시궁창이건 어디건 일단 발을 담가보라”고 권했다.

○ 월급과 명함, 인맥은 본래 회사 거였다
그의 책 띠지에는 ‘직원으로 시작하라. 그러나 직원으로 살지 마라’고 쓰여 있다. 달리 표현하면 ‘회사를 사랑하면 안 된다’는 말이 된다.

“저는 월급의 달콤함에 젖어 계속 일만 했지 자본소득을 확보할 생각을 못했어요.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은 근로소득으로 시작하되, 늦지 않게 자본가, 사업가로 거듭날 준비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국가와 기업은 여러분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로 살기만 원하지요. 스스로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돈과 경제의 원리를 알 수가 없어요.”

같은 맥락에서 그는 직장인들이 월급과 명함, 인맥이 자신의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한다. 월급이 언제까지나 나올 것이고 명함이 내 사회적 지위라고 생각하며 회사 인맥이 내 사회적 네트워크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모든 것은 퇴직하는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것이다.

“월급이 아닌 고정 소득을 만들고 회사 명함이 아닌 내 사회적 지위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 인맥이 아닌 자기만의 좁고 깊은 인적 네트워크를 다시 구축해야 하죠.”

롯데마트가 국가고객만족도 1위를 한 인증서를 들고 포즈를 취한 정선용씨. 복장도 표정도 헤어스타일도 요즘과는 많이 다르다. 정선용씨 제공
롯데마트가 국가고객만족도 1위를 한 인증서를 들고 포즈를 취한 정선용씨. 복장도 표정도 헤어스타일도 요즘과는 많이 다르다. 정선용씨 제공


○ 퇴직임원 70여 명, 40%는 갈 길 못 찾아
그가 다니던 회사는 퇴직임원들을 위해 송파구 문정동에 공동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임원 출신들의 퇴직 이후 새 삶이란 녹록치 않다고 그는 전한다. 대부분 50대인 퇴직자가 70여 명인데 자리잡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40%는 된다는 것.

“30% 정도는 창업이나 취업 등 완전 다른 길을 갔고 30% 정도는 회사와 연결된 일을 합니다. 납품업체를 창업해 회사에 납품하거나 회사 일을 대행하는 일을 하거나. 나머지 40%는 뚜렷한 자리를 찾지 못해 불안해합니다. 돈이 없어 불안한 게 아니고 사회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이죠. 100세 시대에 퇴직 이후 40년이 더 남아있는데 뭔가 할 일이 없다는 점,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힘든 거죠. 퇴직해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아요. 매일 등산 갈 수도 없고….”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어 과거의 노하우 지식이 불필요해지는 상황이긴 합니다.

“맞아요. 회사 있을 때는 우리가 하는 게 엄청 훌륭한 일이고 사회 어디가서도 써먹을 일 이라고 생각했죠.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는 게 얼마나 쓸모있는 일인가. 그런데 명색이 회사에서 수 조 단위를 움직이던 사람들인데 막상 사회에 나오면 풀빵장수보다 못하다는 말을 저희들끼리 해요. 회사에서의 일은 분야가 나뉘어 있고 분절적입니다. 풀빵장사 하나 하려 해도 완전체적인 일을 익혀야 하지요. 축구선수가 야구하면 몸살난다고 하잖아요. 안 쓰던 근육을 써야 하니까. 회사하고 밖에서 쓰는 근육이 너무 달라요. 저는 그 근육 쓰는 법 배우는 게 돈공부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에서의 규칙은 경제와 돈이 기본 뼈대다. 이걸 배워놓으면 어디서나 쓰인다고. 스스로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됐어요.”

○ 온실밖에 내쳐진 충격
그는 25년간 유통업계에 종사하며 롯데마트 가정간편식 부문장(상무) 등을 거쳤다. 유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미국산 소고기 최초 판매나 숱한 화제를 모은 ‘통큰치킨’의 현장 판매, 가정간편식 ‘요리하다’ 브랜드를 기획한 주인공이다.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내 사회적 가치는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믿었어요. 나중에 보니 그건 모두 회사 것이었습니다. 회사원들이 자기 존재가치를 찾으려 열심히 일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입니다. 그래서 직원으로 시작하되 직원으로 끝까지 살지는 말라고 권하는 겁니다. 생각보다 이 사회는 경제, 즉 돈에 기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퇴직 후 자산상황을 점검해 보니 제 경우는 운이 좋았어요. 아내가 부동산 투자를 잘 해서 순자산이 50억은 되더라구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더 절망에 빠졌을 겁니다. 퇴직을 하고 나서도 집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입니다.”

-직장생활 당시 사진을 요청했더니 ‘다 지워버렸다’고 하셨습니다.

“직장은 온실과 같습니다. 밖에 나가면 비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야 합니다. 저도 지금 맞고 있어요. 즐겁게 맞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온실 밖으로 내쳐진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어요. 아직도 악몽을 꿉니다. 직장 때로 다시 돌아가서 그 절박했던 심정, 힘든 것을 되풀이하는 거죠.”

-언제 다 벗어날까요.

“죽을 때까지 못 벗어날 것같아요. 짊어져야 할 짐은 그냥 지고 가야죠. 지금 제가 편안해진 건 굳이 벗어나려 노력하지 않아서예요. 제가 직장시절 사진들 다 지웠다고 했잖아요. 끊으면 끊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굳이 끝내려 하지 말자.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회사 재직 시절, 가정간편식 부문 워크샵을 마치고 직원들과 함께. 정선용씨 제공
회사 재직 시절, 가정간편식 부문 워크샵을 마치고 직원들과 함께. 정선용씨 제공


○ “내년엔 3권 출간할 계획”
-너무 밝은 표정이셔서 이런 얘기 의외인데요.

“끊임없이 두려움을 향해 부딪히는 중인 거예요. 다른 분 얘기 들으면서도 상처받아요. 함께 퇴직한 동료가 와서 중소기업에 원서 냈는데 안됐다고 하더군요. 연봉을 절반으로 깎아서 지원했는데 거절당하면 얼마나 참담하겠어요. 아마 집에는 얘기도 안했을 거예요. 제 아내도 마찬가지지만, ‘당신처럼 능력있는 사람을 못 알아보면 그 회사 손해지 뭐’ 이렇게 말하는 가족에게 나 취직하려 했는데 떨어졌다고 말 못하죠. 책을 안 썼으면 저야말로 은둔했을 것 같아요.”

그는 내년에 책을 3권 더 내려 한다. 이미 출판사들과 계약을 마쳤다고 한다. 부인과 함께 부동산 투자 스토리를 정리한 책(아들아, 부동산 공부해야 한다)을 낼 예정이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돈공부 책도 만들 생각이다. 12월부터는 유튜브도 시작할 계획인데 여기서 다룬 콘텐츠를 엮어 ‘부자의 경제공부법’을 출판할 계획이기도 하다.

“무명 연극배우들이 거친 마룻바닥에서 자고 포스터 붙여가며 막막한 가운데 열심히 하는,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5시에 일어나서 4시간은 글을 써요. 잘 안 써져도 무조건 씁니다. 그 시간만큼은 반드시 지키자고 스스로와 약속했어요. 이제는 작가로서 제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야, 정선용. 너 잘 하고 있어’라고 말이죠.”

아래는 정선용 씨가 보내온 ‘퇴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퇴직 후 100세 인생 생활 설계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퇴직 이후에 정리했던 내용들입니다. 퇴직 후 꼭 챙겨야할 다섯 가지는 돈, 건강, 사람, 시간, 즐거움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돈입니다.

돈은 개인의 재무설계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저는 기업과 가계의 재무적 차이를 발견하는 것에서 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개인 재무설계의 핵심의 소득과 소비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소득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득은 세 가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자본 소득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퇴직자는 근로소득으로 생활해왔던 소득자입니다. 그러나 퇴직 후엔 근로소득이 사라지고, 다른 소득을 찾아야 합니다. 즉 사업소득을 버는 사업가 또는 자본소득을 버는 자본가로 환골탈태하셔야 합니다.

돈 관리에선 소득보다 소비가 중요합니다. 어쩌면 퇴직 후엔 소득 계획보다 소비 설계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소득은 퇴직 후엔 종속 변수로서 개인이 어찌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소비는 독립 변수로서, 개인이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서 크게 변동되는 영역입니다.

소비도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투자 소비, 필요 소비, 욕망 소비입니다. 투자 소비는 미래의 가치를 위해서 돈을 쓰는 것으로, 자본소득 계획과 연결해서 돈의 지출 계획을 수립하시면 됩니다. 필요 소비는 의식주에 관련된 소비로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마지막 ‘욕망 소비’는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자에게 고정수입이 있던 시기를 기준으로 짜인 ‘욕망 소비’는 과한 부분이 많습니다. 사회적 품위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현실적인 잣대로 잘라낼 건 과감하게 잘라내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건강입니다.

건강은 몸과 마음의 건강입니다. 몸의 건강은 주로 생활의 규칙성에 달려있으니 하루의 생활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퇴직 다음날부터, 바로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마음의 건강입니다. 마음의 건강은 첫째는 과거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과거 속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의도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꾸 과거 속에 있다 보면, 현재의 처지에 대한 자괴감이 생깁니다. 고위직에 있었을수록 빨리 과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셋째, 사람, 대인관계입니다.

대인관계는 앞으론 ‘넓게’가 아니라 ‘깊게’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되도록 술자리나 소모성 만남은 줄이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과 친밀도를 높이는 시간을 늘여야 합니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더 중요해집니다. 저는 요리를 배워 가족의 식사를 준비합니다. 식사하면서 가족과 대화를 가지면서 가족과의 친밀도가 높아졌습니다.

넷째, 퇴직 후엔 혼자 지내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악기 배우기 등 예술적 활동을 권장합니다.

다섯째는 즐거움입니다. 그동안 퇴직자는 직장에서 거의 일 중독 수준으로 오직 직장에서만 즐거움을 찾았지만 앞으로는 다른 삶의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대개 퇴직 후엔 피로감, 세상에 대한 냉소, 매사에 무기력에 빠져듭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과 자신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섭섭함과 서운함이 자리잡고 있지요. 섭섭함과 서운함이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유발하면서, 자신이 그렇게까지는 중요하지 않은 존재였다는 자괴감에 이르게 되는 겁니다. 이때 사회적 죽음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커지고, 이 사회에서 자신이 무용지물의 존재라는 허탈감에 짓눌려 지내게 됩니다. 점차 세상과 동떨어진 집과 방에 은둔하는 외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죽음 같은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했습니다. 글쓰기는 내 마음을 정리하는 기회를 주었고, 점차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줬지요. 글쓰기는 의외로 존재감을 키워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겼습니다. 또한, 삶의 지식을 나누어주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저는 강연 등으로 지식을 나누는 일이 너무도 즐겁습니다. 그래서 강연하는 즐거움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퇴직 후엔 경험했던 생활수칙 다섯 가지를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돈, 건강, 사람, 시간, 즐거움이라는 다섯 항목으로, 퇴직 이후 삶을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저도 누군가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불쾌하고 우울하고 때로는 섭섭하기도 했던 퇴직이라는 절망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돌이켜보니, 퇴직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근로자로서 인생 1막은 끝내고, 작가로서, 강연자로서 인생2막을 시작했습니다.

인생 2막엔, ‘명함이라는 허상’이 아니라 사람 본연의 모습으로, 제가 가득 담기길 바라고 있습니다.
※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
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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