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소송’ 생명과학Ⅱ 셀프자문 논란…“대표성 있다” 반박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이의제기에 대해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관계자가 몸담은 학회에 자문을 구했다는 ‘셀프 자문’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평가원은 연구기관 특성상 소속 연구위원들이 여러 학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와 관계 없이 대표성 있는 학회에 자문을 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14일 “과학교육과 생물교육에 가장 큰 대표성을 가진 학회에 자문을 구한 것일뿐 평가원 관계자의 학회활동과는 관계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기관 특성상 연구위원들이 여러 학회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대표성이 없는 기관의 자문을 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서 “이의심사 역시 학회 의견만 갖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인사 28명이 포함된 이의심사실무위원 31명이 학회 자문 결과를 토대로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셀프자문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을 항변했다.

논란이 된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종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집단을 가려내 옳은 선지를 구하는 문제다. 이 문항에는 총 156건의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평가원은 이의 심사 과정에서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한국유전학회 등 3곳의 자문을 받았다. 이후 이의심사실무위원회 심사와 이의심사위원회 최종심의를 거쳐 문제와 정답에 이상 없다고 판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회 3곳 중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등 2곳에 평가원 관계자가 속해있다는 점을 ‘셀프 자문’이라고 문제 삼았다.

한국과학교육학회에 평가원 수능본부장 A씨, 한국생물교육학회에는 수능출제실 소속 B씨가 교육과정위원, C씨가 학술위원으로 있고, 두 학회가 생명과학Ⅱ 문제에 이상이 없고 기존 정답을 유지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한국유전학회는 문항의 오류는 인정했지만 전원 정답 처리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평가원은 출제오류와 관련해 민감하고 학회와 연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문을 구한 학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회 이름이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오는 17일 오후 1시30분 수험생 등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수능시험 정답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법원은 지난 9일 사상 초유의 수능 정답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으며 평가원은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 6515명에게 해당 과목의 빈칸 성적표를 지급한 상태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 간호학과 수시 합격자 발표일도 16일에서 18일로 변경됐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17일 선고 결과를 반영한 생명과학Ⅱ 성적표를 발급할 계획이다. 대학에는 평가원 승소 시 원래 정답 성적표와 패소 시 전원 정답 성적표 등 두 가지 성적표를 제공하기로 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