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영남루’ 국보 승격 세번째 도전 출발부터 ‘삐끗’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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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심사준비 아직 미흡하다”
밀양시에 관련 서류 보완 주문
강화된 논리와 치밀한 전략 필요

경남 밀양시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보물 147호 영남루.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경남 밀양시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보물 147호 영남루.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경남 밀양 영남루(보물 제147호)의 세 번째 국보 승격 도전이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2014년부터 추진된 영남루 국보 승격 작업은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회의 반대 등으로 두 차례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남도가 ‘준비 미흡’ 등의 사유로 밀양시의 국보 지정 신청을 반려했다.

영남루는 서울 숭례문, 흥인지문 등과 함께 1933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1948년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1962년 정부가 문화재 재평가를 하면서 흥인지문 등과 함께 보물로 환원됐다.

밀양시는 2014년부터 영남루 국보 승격 운동을 본격 추진했다. 당시 문화재위원들은 “규모는 촉석루와 더불어 누각 건축물로서는 매우 크며 조선 후기 특성을 잘 보존하고 있으나 국보로 승격시켜 보존할 뚜렷한 건축적 특성은 찾을 수 없다”며 위원 9명 전원이 반대해 무산됐다.

밀양시는 2016년 재차 국보 지정을 신청했다. 영남루 국보 승격 시민운동까지 이어졌다. 밀양시는 문화재청의 현지 실사를 받았지만 2018년 6월 국보 승격 관련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당시 밀양시는 “영남루에 대한 문화적,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 재조명을 위한 문헌과 자료 추가 조사 후 재신청하기 위해 철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의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 것이 철회의 주된 배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시는 올 8월 부산대 산학협력단에 국보 승격 신청을 위한 용역을 의뢰했다. 밀양시는 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2일 영남루 국보 지정 신청서를 경남도에 제출했다.

경남도는 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지조사를 한 뒤 승격이 타당한지 판단한다. 이어 도가 문화재청에 국보 승격을 재신청하면 문화재청이 현지조사 등을 거쳐 국보 승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경남도는 최근 밀양시에 서류를 보완하라며 신청을 반려했다.

경남도 박주영 문화재관리담당 사무관은 “밀양시의 신청서에 문화재청에 국보 승격 심사를 신청하기에는 역사성이나 전통성을 설명하기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등 미비하다”고 밝혔다.

밀양시 관계자는 “밀양루는 조선시대 관영 누각의 대표적 배치 형태와 건축 특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당대 문인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는 등 인문학적 가치도 뛰어나 국보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며 “관련 자료를 보완한 뒤 문화재위원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의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국보 승격에 부정적인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남루보다 빨리 지어진 삼척 죽서루, 남원 광한루도 보물로 지정돼 있다.

영남루는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명루로 꼽힌다. 신라 경덕왕(742∼765) 때 영남사의 부속 누각으로 세워졌다가 1365년 촉석루를 본떠 다시 지었다고 전해진다. 화재와 전쟁으로 몇 차례 소실됐다가 1844년 중건된 후 현재까지 남아 있다.

팔작지붕 아래로 정면 5칸, 측면 4칸인 영남루 2층 누각에서는 밀양강과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밀양시 박정희 문화관광해설사는 “영남루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능파당, 침류각이 날개를 펴듯 태극 모양으로 이어져 있다”며 “이 같은 누각 형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어 건축학도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구한말 추사체의 대가 성파 하동주가 쓴 현판을 비롯해 누각 천장을 따라 퇴계 이황, 목은 이색, 삼우당 문익점 등이 남긴 현판이 걸려 있다.

국보와 보물
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 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보물은 건조물, 전적, 서적,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고고자료, 무구 등의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밀양시#영남루#세 번째 국보 승격 도전#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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