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하고 정답 결정을 취소하자 수험생들은 법원이 자신들의 상식적인 생각을 존중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15일 수험생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낸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고 중 한 사람인 수험생 신동욱군은 선고가 끝나자 “주변에서 굳이 네가 나서야겠느냐,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이냐고 많이들 말씀하셨다”며 “오늘 재판 결과로만 봤을 때 저희가 이런 행동 한 것은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원이나 여러 기관에서 해당 문제를 맞은 학생, 틀린 학생, 생명과학Ⅱ 시험을 보지 않은 학생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변호사님을 비롯해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고 밝혔다.
수험생 임준하군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며 “실수가 학생들의 인생을 결정짓는 수능에서 이뤄지더라도 어른들이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노력을 해주리라 믿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 같은 경우 8월 EBS에 비슷한 문항을 질의하고 9월에 교제 내용과 강의를 수정받은 바 있어 이번 이의도 문제없이 받아질 것이라 생각했었다”며 “앞으로 평가원의 책임있는 자세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가 상식적인 저희 생각을 존중해주셨다”며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의 입시 일정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수험생 측 소송대리인은 선고가 끝나자 “올바른 결정으로 학생들에게 정의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주시고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빠른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며 “출제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덮으려고만 하는 평가원에 대해 집단지성으로 힘을 합쳐 저항한 학생들의 승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평가원과 관련 학회 전문가들의 잘못된 내부적 이해관계와 비상식적 자문, 자문에 대한 불공정한 해석은 앞으로 철저히 조사해야 할 감사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며 관련 책임자들의 처벌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재판부는 선고를 진행하며 “일부 수험생들은 평가원이 의도한 풀이방법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논리성·합리성을 가진 풀이방법을 수립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 자체의 오류로 인해 정답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건 문제에 명시된 조건의 일부를 무시하거나, 생명과학 원리를 무시한 채 답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정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수험생들이 앞으로 과학 원리에 어긋나는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또한 수험생들이 사고력과 창의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풀이방법을 찾는 것에만 초첨을 두게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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