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룩북’ 영상에…대한항공 직원 “희롱은 왜 우리가”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12월 15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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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유니폼 착용 과정을 공개한 여성 유튜버. 유튜브 갈무리
승무원 유니폼 착용 과정을 공개한 여성 유튜버. 유튜브 갈무리
최근 한 여성 유튜버가 속옷 차림으로 승무원 유니폼을 입는 과정을 공개해 ‘성(性) 상품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대한항공 직원이 일침을 가했다.

1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상처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는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본인인증을 해야 가입해 활동할 수 있는데, 작성자 A 씨의 근무지는 ‘대한항공’으로 소개됐다.

A 씨는 “꿈이었던 대한항공에 어렵게 입사해 회사 이미지 실추시킬까 봐 유니폼 입었을 때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며 “뒤에서 말도 안 되는 잣대를 들이대며 온갖 컴플레인을 거는 사람들 때문에 늘 더 조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A 씨는 최근 논란이 된 유튜버 B 씨의 ‘룩북(Look Book)’ 영상을 언급했다. 룩북이란 옷 입는 과정을 찍고 착용감 등을 리뷰하는 콘텐츠로, 유튜브에서 적게는 몇십, 많게는 몇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일 유튜버 B 씨는 자신의 채널에 올린 8분 16초 분량의 영상에서 속옷만 입은 채 등장해 두 벌의 승무원 유니폼을 착용했다. 이 중 한 벌은 대한항공 유니폼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B 씨가 특정 직업군을 성 상품화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대한항공 측은 B 씨에게 영상을 내릴 것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아직 영상은 남아있는 상태다.

대한항공 승무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블라인드 게시물.
대한항공 승무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블라인드 게시물.

실제 대한항공 승무원인 A 씨는 블라인드에 “웬 여자가 누가 봐도 대한항공을 연상케 하는 유니폼을 입고, 속옷 차림으로 스타킹을 신고, 인스타그램에는 더한 사진도 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B 씨 유튜브 영상과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달린, 대한항공 승무원을 향한 성희롱성 댓글들을 언급하며 “성적인 영상을 올린 건 그 여자(B 씨)인데 온갖 희롱은 우리 회사 승무원들이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10년간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 유니폼 입고 열심히 일해온 죄밖에 없는데 왜 저런 희롱들을 받아야 하나”라면서 “앞으로 비행기 탈 때마다,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지, 저런 댓글 다는 사람들이 속으로는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지 두렵고 슬프다”며 글을 끝맺었다.

한편 유튜버 B 씨는 이날 SNS를 통해 “제 의도와는 다르게 해당 영상이 무단으로 캡처돼 특정 커뮤니티에 악의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게시됐다”면서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 및 모욕적인 표현이 담긴 수천 개의 악성 댓글에 대해 법적 대응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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