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신의칙은 통상임금 분쟁에서 근로자가 요구하는 지급액이 과다해 회사 경영상 어려움이 있거나 기업 존속에 위기를 초래할 경우 지급 의무를 제한할 수 있는 요건을 말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정모 씨 등 근로자 10명이 한국조선해양 주식회사(변경 전 현대중공업)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2년 12월 정 씨 등은 800%의 상여금과 하기휴가비, 설날·추석 귀향여비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데도 회사가 이를 제외하고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했다며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분까지의 수당 차액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상여금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해야 한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이 주장한 신의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피고의 기업 규모, 경영성과에 비춰볼 때 원고들이 청구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급한다 해서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해 피고에게 예측 못 한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며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라고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쟁점이던 신의칙 위반 여부에 대해 “기업이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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