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응급의료…“환자 진료정체, 의료진 감염·격리반복”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17일 18시 53분


코멘트
코로나19 확산세로 의료대응 역량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의료기관의 최전방인 응급실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의료진들은 감염 위험에 노출돼 격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의료인력 충원과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15일 ‘응급의료체계 위기와 대안마련’을 주제로 개최한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해 “응급의료의 재난상황“이라면서 ”코로나 환자나 발열 환자, 다른 호흡기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아 응급실 입실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력, 시설 부족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기본적으로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화홍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코로나 환자를 포함해 모든 응급실 진료가 정체되고 있다“며 ”유전자증폭(PCR)검사를 하는 병원이라면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고, PCR검사를 하지 못하는 병원의 경우 18시간에서 24시간까지도 걸린다. 그러다보니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 환자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 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행정업무 부담까지 더해져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환자 진료에 전념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코로나 양성 환자가 나오게 되면 병원 내 감염관리실과 지역 보건소, 방역 택시, 이송 업체 등에 전화를 돌리는 데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한 응급실 의사가 감염돼 격리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어 추가 인력지원 등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 이사는 “특히 응급실에서 델타변이로 양성이 많이 나오는데 장염이나 교통사고 환자로 내원했다가 예상치 못하게 양성이 나오는 환자도 있었다”면서 “환자와 접촉한 응급실 의사도 양성이 나와 격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 환자를 받았는데, 보호장구도 넉넉치 못하고 급한 상황이여서 의료진이 방호복도 입지 못하고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고, 전공의 한 명은 중환자실까지 갈 정도로 위험했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 의료진이 코로나에 노출돼 격리됐다고 해서 병원 차원의 인력지원이나 추가보상은 없고 양성이 나온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격리가 된다”면서 “인력이 빠져나가면 대체할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결국 책임져야 해 부담감은 더 커진다”고 토로했다. 최 이사는 “추가적 지원은 전혀 없어 간호사들의 사직이 계속되고 있다“며 ”저희 병원의 경우 간호사가 처음에 16명이었는데 현재 9명“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응급의료 붕괴 위기를 해결하려면 체계적인 환자 이송·배정 시스템, 응급실 인력 확충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재택치료자의 가벼운 진료 요구는 단기치료센터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술이나 분만, 투석 등은 전담병원을 지정해 해결해야 한다”며 “또 확진자를 하나의 센터에 모아 응급환자를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응급실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센터로 바로 보내 응급환자를 분류한 뒤 재택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환자들은 재택으로 다시 보내고,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중환자 컨트롤타워와 연결해 이송·배정 등 순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이사는 ”환자들이 생활치료센터로도 입주하게 되는데 생활치료센터의 진료 역량을 키울 필요도 있다“며 ”요양병원에서 오는 환자의 경우 요양병원에서 먼저 코로나 PCR검사나 엑스퍼트 검사를 해서 음성 확인을 하고 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전담병동 다음으로 코로나 환자를 많이 접하는 곳이 응급실”이라면서 “재택치료 상황이 악화되면 응급실로 가라는 식의 무책임한 안내가 아닌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구체적인 인력 충원 지원책이 있어야 하고, 장기적 계획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대비한 응급의료체계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 이사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놓고 있어야 한다”며 “일종의 ‘재난대응팀’이 있어야 하고 관련 시스템이 따로 준비돼 있어야 기존 응급의료시스템에 장애를 주지 않고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1%도 안 되는 코로나 환자 때문에 99%의 응급환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결국 다른 응급환자들에 대한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분석이 없으면 향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변인은 “응급실이 무너지면 최전방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며 “응급실은 골든타임이 있는 곳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보다는 보다 빠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