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망’ 공군 생전 메모 공개 “내가 여군이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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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8일 0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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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예람 중사 성추행 가해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가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고(故) 이예람 중사 성추행 가해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가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상관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은폐·회유 시도 등의 2차 가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가 생전 남긴 메모가 처음 공개됐다.

17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모 중사에게 군법원이 징역 9년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날 법정에서 처음 공개된 이 중사의 메모 내용도 함께 보도했다.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다음날 작성했다는 메모에는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힘이 든다” “내가 여군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가 남자였다면 선·후임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피해자인 자신을 오히려 자책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내가) 왜 이런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지 뼛속부터 분노가 치민다”, “이 모든 질타와 비난은 가해자 몫인데, 왜 내가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지, 나는 사람들의 비난 어린 말들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내용도 있었다. 신고하면 자신이 비난받지 않을까 두려워한 것이다.

해당 메모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본 지 290일 만인 지난 17일 군사법원에서 열린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날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이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등)로 구속기소된 장 중사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죽음을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해도 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의 성추행 가해자인 장모 중사(왼쪽)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의 성추행 가해자인 장모 중사(왼쪽)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10월 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장 중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사과의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가법상 보복 협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재판부에 “가해자가 죽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게 협박으로 안 들리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날 이 중사 어머니는 실신해 구급차로 후송됐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이미 국방부 수사심의위원회가 죄가 된다고 판단해 기소한 협박 혐의가 무죄로 나온 건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군 검사가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장 중사는 지난 3월 초 후임 이 중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이 중사에게 자신의 잘못을 무마해달라고 압박할 목적으로 “죽어버리겠다”며 자해 협박을 한 혐의도 받는다.

이 중사는 부대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상급자들이 장 중사와의 합의를 종용하고 회유하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사는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인 지난 5월 15비행단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그곳에서도 2차 가해가 이어지고, 부실 수사가 계속되자 결국 부대 이전 3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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