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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법촬영’ 피해자는 지옥에 살지만…가해자 87%는 감옥 안 간다
뉴스1
업데이트
2021-12-20 10:22
2021년 12월 20일 10시 22분
입력
2021-12-20 10:21
2021년 12월 20일 1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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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진 클럽 ‘버닝썬’ 공권력 유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과 엄중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19.3.21/뉴스1 © News1
그 사건 이후 김수현씨(가명)가 배운 건 ‘포기하는 법’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포기했고 수사기관을 향한 기대를 포기했다.
김씨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다. 가해자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사진을 뿌리겠다”고 협박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가해자가 잡혔지만 김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요즘도 불법촬영물을 본 사람들이 김씨를 협박하거나 조롱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더 이상 신고는 하지 않는다. 경찰서에 가도 달라지는 건 없기 때문이다.
◇사건 끝나도 피해는 ‘진행형’
© News1
디지털성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피해 지속’이다. 사건 종결이 있는 물리적 성폭력과 달리 불법촬영 트라우마와 불법촬영물 유포 불안은 평생 이어진다.
오민지씨(가명) 역시 오늘도 자신의 불법촬영물이 유포되진 않았는지, 가해자가 추가 검거됐는지 확인하며 하루를 보낸다.
경찰에 수십명을 고소했지만 한 명만 검거돼 실형을 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지인과 연락을 끊은 오씨는 이제 얼굴마저 바꿔야 하나 고민 중이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나무여성인권상담소에서 밝힌 오씨의 사례다.
이희정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디지털성범죄피해지원팀장은 “피해자들은 불특정 다수가 내 일상을 침범해 촬영할 수 있다는 불안이 높은 편”이라며 “특히 유포 피해는 가해자를 특정하거나 처벌하기 어렵고 피해자는 계속 불안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1만명이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면 1만번의 성폭력 피해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유포 피해를 확인하고 가해자를 고소하는 무한반복 작업은 오롯이 피해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팀장도 “피해자는 가해자 처벌을 위해 형사소송도 하지만 유포 피해를 중단하고 싶어 고소도 한다”며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불법촬영물을 삭제하고 유포자를 찾아야 불안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서다”고 말했다.
◇피해자 옥죄는 ‘피해자다움’
© News1
‘피해자다움’은 피해자를 숨게 하는 또 다른 족쇄다. 불법촬영 피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는 시선도 여전하다.
김수현씨에게 한 친구는 부끄러우니 연락을 끊자고 했고 다른 지인은 “그냥 포기하고 살라”고 했다. 김씨는 “성폭력에서 피해자는 멍청이가 되기 쉽다”며 “디지털성폭력에서 절대 완전한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피해자들은 ‘유포된 불법촬영물을 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나를 문란한 여성이라고 생각할까’ 등의 생각으로 힘들어한다”며 “피해자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은 일상생활과 대인관계마저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 팀장은 “피해 발생 이후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2차 피해를 받는 경험이 쌓이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수사기관 n차가해
용기를 내 신고해도 수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질문이나 수사 방식 때문이다.
김 팀장은 “피해자들이 수사 단계에서 권리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고 독립된 조사공간이 아닌 곳에서 진술을 거듭해야 한다”며 “어차피 가해자를 잡기 힘들다거나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다며 신고를 반려한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이 팀장도 “수사기관이 사건 처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안내해주지 않거나 사건과 무관한 불편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어떤 지역에서, 어느 수사관을 만나더라도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기관은 낮은 형량
“처벌이 너무 약해요. 피해자는 몇 년, 어쩌면 평생 겪어야 하는데 가해자는 단기간에 끝나버리잖아요.”
벌금 500만원. 이지수씨(가명)를 불법촬영한 전 남자친구에게 내려진 판결이었다. 이씨는 합의를 거부했지만 검찰은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전 남자친구는 마지막까지 사과 대신 역고소를 택했다. 이씨는 민사소송에도 시달려야 했다.
처음에는 극단 선택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씨는 서울시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지지동반자와 함께 재판을 끝까지 버텼다.
1월부터 디지털성범죄의 양형기준이 높아졌다고 하나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다. 뉴스1이 분석한 261건의 불법촬영 범죄 판결문 중 징역형은 33건(12.6%)에 불과했다.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에게 단순한 처벌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가가 내 피해를 인정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서다.
이 팀장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면 피해자는 ‘국가가 내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구나, 나는 국민으로서 보호받지 못하는구나, 이 나라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며 “가해자가 처벌받을 때 피해자의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도 “디지털 성범죄의 형량을 높이거나 양형기준을 조정하고 정부가 엄벌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면 피해자가 괴리를 느낀다”며 “말뿐이 아니라 실효적으로 (사법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영상유포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지지동반자(02-2275-2201)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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