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공 A씨(56)와 B씨(54)의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 한 공장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식품 관련 설비 제작을 의뢰하고 납품해주는 사업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던 중 B씨는 자신의 공장으로 설비를 이전하고 각자 영업하되, 공장 임차료를 절반씩 부담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A씨가 동의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돈독해지는 듯했다.
문제는 B씨가 돌연 공장을 매각하면서 발생했다. 임의로 공장을 정리하면서 A씨 소유의 기계들도 팔아버린 것이다. 이를 알게 된 A씨는 분노했지만, 기계들의 판매 대금 및 그간 납품 대금, 그 외 용역 대금 등 채무를 정산해 받기로 합의해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B씨가 돈을 주지 않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사이 A씨는 B씨가 강원도 정선으로 공장을 이전해 운영 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소식을 들은 A씨는 곧장 자신의 아들 C군(17)과 두 차례에 걸쳐 해당 공장을 찾아갔지만 B씨를 만나지 못했다.
‘월요일 정선간다 2명.’
올해 4월24일 A씨는 채무 변제를 독촉하기로 마음먹고 아들에게 친구 2명을 구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5월10일 이른 아침 A씨는 C군과 C군의 친구 2명을 태워 정선으로 향했다. 몇 달 만에 B씨를 만난 A씨는 점심을 먹으며 채무 변제를 요구했지만, B씨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
계속된 요구에도 채무 변제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A씨는 B씨를 위협해서라도 돈을 받기로 마음먹고, 점심식사를 마친 뒤 이들을 차에 태운 뒤 인근 강변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B씨가 “1년 내지 2년 안에 돈을 갚겠다”고 말하면서 말싸움이 벌어졌고, A씨는 강변에 도착하자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에게 B씨의 휴대폰을 뺏으라고 지시했다.
B씨는 계속해서 채무를 갚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죽여 봐라. 법대로 해라”고 A씨를 자극했고, A씨 역시 화를 참지 못했다. 결국 A씨는 B씨의 턱을 두 차례 가격했다. A씨의 광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장비를 가지고 와라”고 말한 뒤 아들이 가져온 흉기로 B씨를 찍어 숨지게 했다.
이들은 사체를 땅에 묻은 뒤 현장을 떠났으나, 비가 내리자 사체가 발견될 것을 우려해 인근 철물점에서 삽을 구매한 뒤 땅을 다시 파고 사체를 묻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 범행으로 A씨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으며, C군과 친구들은 소년부에 송치됐다. 법원은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인간의 생명이라는 존엄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침해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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