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중장비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지게차 운전 실습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경기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쿠팡 등 물류업체가 호황을 맞자 지게차 운전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고양=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일 오후 3시경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한 중장비 운전학원. 다음 날 실기시험을 앞둔 지게차 운전기능사 자격증반 수강생이 지게차로 팰릿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수업은 한 수강생이 끝나면 다음 수강생이 지게차를 운전하는 방식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이 수업 수강생 14명 중 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다.
수업에 참여한 권모 씨(48)도 코로나19 유행 전까지는 서울 서초구에서 한 달에 300만∼400만 원을 벌던 카페 사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하루에 10잔도 못 파는 날이 늘어갔다. 권 씨는 지난해 3월 결국 가게 문을 닫고 지게차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에 등록했다. 권 씨는 “보통 지게차 기사들이 한 달에 250만 원 정도 버는데, 카페 운영 때보다 수입은 적더라도 안정적일 것 같아 지난달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 자격증 따면 “수입 적어도 안정적”
코로나19로 폐업하거나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자격증을 따 재취업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에서 13년 동안 카페를 운영하던 김모 씨(44)는 12일 점포를 정리했다. 가게를 하면서 틈틈이 준비해 온 지게차 자격증을 딴 뒤 최근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일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지게차 자격증이 있으면 급여를 40만 원 정도 더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시험을 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10년 동안 해오던 한식집을 4월 폐업한 이모 씨(52·서울 노원구). 코로나19 유행 이후 매출이 40% 수준으로 줄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최근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이 씨는 “가게를 닫은 당시에는 막막했지만 자격증을 갖춰야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포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 학원에 따르면 최근 상담을 위해 학원을 찾은 사람의 절반 이상이 자영업자였다. 이 학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을 느꼈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김모 씨(26)는 요즘 건축기사와 건설기계설비기술사 자격 취득을 위해 학원을 수소문하느라 바쁘다. 김 씨의 20평 규모 분식점을 주기적으로 찾는 손님도 꽤 있었지만, 매출이 절반 이상 줄며 지난해 12월 결국 문을 닫았다. 김 씨는 “폐업 이후 5개월 동안 캐디와 술집, 퀵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4월부터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조금 더 전문성을 갖춰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격증을 따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 “교육·훈련 등 전직 지원 정책 필요”
통계청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19.9%를 차지했다. 자영업자를 취업자로 구분해 분석한 자료인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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