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출산’ 남편 “수화기 너머 정부 함께한다는 말…괴리감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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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2일 10시 21분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송 중인 응급차.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송 중인 응급차. /뉴스1
지난 18일 새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였던 임신부가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산모의 남편 A 씨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심경을 밝혔다.

A 씨는 “일단 저는 집에서 자가격리 중에 있다”며 “아기 엄마는 확진자라 평택에 있는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고 아이는 다행히도 음성이 나와 친할머니댁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현상황을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증상이 없어 재택 치료를 받았고, 39주차 2일의 만삭 상태였던 아내는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산을 앞둔 긴급한 상황에 A 씨는 계속해서 병상 배정을 요구했지만 보건소 측에서는 “지금 병상이 없다. 2~3일 정도 걸릴 수 있으니 최대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아이 엄마의 진통이 시작되며 구급차에 신고하고 전화해도 “일단은 병상이 없다”라는 말뿐이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구급 대원이 출동은 하겠지만 출산할 병원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는데 참 답답하더라”며 “진통이 오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병원이 없다는 말은 정말 사형선고와 같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후 구급대에서 병원 16곳에 전화했지만 확진자 산모를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A 씨의 아내는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게 됐다. 이후 서울시의료원 응급실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병상이 있는 경기도 평택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A 씨는 “보건소 측에서 옮겨진 병원은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병원이 아니고 일반 병원이라고 하더라”며 “방금 구급차에서 출산한 산모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격리돼 아이를 혼자 돌봐야 한다는데 얼마나 답답했겠는가”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보건소에 전화를 참 많이 했다. 수화기 너머로 ‘대한민국 정부가 당신과 끝까지 함께 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며 “들을 때마다 정말 정부가 함께하는 건가 괴리감이 들더라. 외롭고 아무도 함께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 계기를 통해 우리나라에 있는 산모와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1일 임신부 확진자를 위한 병상을 별도로 지정 및 관리해 응급 분만 사항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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