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아들 폭행해 뇌병변 장애 입힌 父…경찰 부실대응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2일 17시 06분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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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8개월 아들을 학대해 뇌병변 장애를 입힌 아버지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당시 경찰이 첫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초동 대응이 미흡해 이후 추가 학대가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최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중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34)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26일 연수구 집에서 당시 생후 8개월 B 군의 눈을 3차례 내리치고 쇄골을 움켜쥐는 등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같은해 3월에도 B 군을 학대해 허벅지 부위 뼈를 부러뜨린 혐의도 받는다.

B 군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첫 범행 다음날인 지난해 1월 27일이었다. 병원에 온 B 군의 몸 곳곳에 멍이 있자 의사가 경찰에 신고했다. 이 의사는 B 군에게서 최근 생긴 뇌출혈 증상도 있다고 진술했고, B 군은 같은달 30일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B 군의 부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경찰은 이들이 모두 학대를 부인하고, 병원의 다른 신경외과 의사도 “선천성 수두증에 의한 뇌출혈로 보인다”고 밝힌 점 등을 근거로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 범행을 부인한 A 씨는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아내와 짜고 경찰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했고 경찰은 이를 그대로 믿고 입건하지 않았던 것이다. B 군은 다음달인 2월 18일 퇴원해 다시 A 씨에게 인계됐다.

A 씨는 3월 초 B 군이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이유로 2차 학대를 가했고, 경찰은 3월 9일 병원 측에서 다시 신고가 접수되고 나서야 이들을 분리 조치했다. 이때서야 대한법의학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학회는 처음 경찰이 참고한 의료진 소견과 반대로 “선천성 수두증이 뇌출혈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B 군은 같은해 6월 평생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해야 하는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1차 신고 때 여러 정황을 고려했지만 아동학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즉시 분리 조치를 하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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