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성명]‘2030세계박람회’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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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명·부울경취재본부

강성명 부울경취재본부 기자
강성명 부울경취재본부 기자
‘2030세계박람회’(등록엑스포) 부산 유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시민 200여 명이 부산역 광장에 모여 유치결의대회를 연 14일 밤. 첫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화상으로 진행된 이후 시민들 사이에 ‘엑스포’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1호 홍보대사로 ‘오징어게임‘의 스타 이정재가 발탁돼 좋은 출발을 보였다.

등록엑스포는 한 도시를 넘어 개최국의 경쟁력을 높여왔다. 나이키, 루이비통 등 글로벌 기업도 자국 유치를 계기로 훌쩍 성장했다. 모스크바가 4번째 도전장을 던질 만큼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국제박람회기구(BIE)는 내년 말 유치 희망 도시를 방문한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현지실사에서 승부가 갈린다”며 “여러 평가 항목 중 시민들의 유치 열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시는 내년에도 시민들의 유치 열기를 끌어올리는 홍보에 온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시민결의 대회, 언론 홍보, 유튜버 활용, 대학생 서포터스 활동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시민 열기를 더욱 북돋우려면 엑스포가 시민들의 삶에 보다 깊숙하게 스며들 수 있는 시대에 맞는 홍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고전적’인 홍보 방법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홍보 전략으로 박형준 부산시장의 대표 공약인 ‘지산학 프로젝트’를 활용하면 어떨까. 일자리를 찾아 부산을 떠나는 청년들이 줄을 잇는다. 인재와 기업은 저마다 “내가 원하는 게 부산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래서는 지역 대학도 존립이 위태롭고 부산의 미래 또한 어둡다.

엑스포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유치 과정에만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정부와 대기업이 힘을 보태기로 한 좋은 무대다. 익숙하고 편한 방식의 홍보 수단에 얽매이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 방법이 없는지 고민할 시점이다. 대학과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부산시가 앞장서서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가령 인공지능(AI), 드론, 디지털사이니지 등 첨단 기술을 홍보 도구로 개발하는 ‘산학벤처’를 만들면 어떨까. 내년에도 코로나 방역 탓에 대규모 시민 참여 행사가 어려울 수 있다. 동네마다 찾아가는 맞춤형 소규모 홍보 행사를 위해 대학과 마이스(MICE) 업체가 함께 기획·운영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역 대학에는 엑스포 역사와 성공 사례를 연구해 최적의 유치 방안을 연구하는 용역도 맡겨보자.

일자리 창출 노력으로 엑스포가 ‘나의 일’로 다가오는 순간 시민 열기는 더 뜨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 속에 대학과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설령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혈세를 낭비했다고 누가 비판하겠는가. 경쟁 프레젠테이션은 앞으로 3번 정도 남아 있다. 시가 내건 ‘세계의 대전환’처럼 거창한 말보다는 코로나로 힘들고 지친 인류를 위로하고 희망을 주겠다는 메시지가 더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속의 상처를 치료하려 노력했다고 읍소하면 170개 BIE 회원국들의 마음도 움직이지 않을까.

#2030세계박람회#부산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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