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에 통일교육… 연구역량 키워 ‘통일 플랫폼’ 역할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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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식 숭실대 총장 인터뷰
국내 최초로 통일 교양필수 신설… 신입생들 2박 3일간 체험 학습
교육받은 학생, 통일 인식 달라져… 가장 인기있는 ‘탈북민 토크콘서트’
영상으로 제작해 비대면 교육 지원… 대학 12곳에 수업 영상 공유하기도

장범식 숭실대 총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숭실대의 통일 교육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장 총장은 “숭실대는 평양에서 설립되고 신사참배에 저항하며 자진 폐교했던 학교”라며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자꾸 멀어지는 상황에서 숭실대가 통일에 대한 소명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장범식 숭실대 총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숭실대의 통일 교육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장 총장은 “숭실대는 평양에서 설립되고 신사참배에 저항하며 자진 폐교했던 학교”라며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자꾸 멀어지는 상황에서 숭실대가 통일에 대한 소명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북한에서 마스크팩은 ‘미안막’이라고 해요. 화장을 진하게 하거나 입술을 빨갛게 바르는 걸 ‘자본주의 날라리’식 화장법이라고 얘기해요. 공연 화장이 아닌 이상 ‘덕지덕지’ 안 합니다. 염색은 검은색만 돼요. 밝은 갈색이면 한국 드라마 본 게 돼서 안 됩니다.”(자강도 출신 ○○○ 씨)

숭실대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북한문화 토크콘서트 ‘층간소음’ 중 ‘나의 첫 북한 화장품 A to Z’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북한과 남한의 차이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제작한 탈북민과의 토크 콘서트 층간소음은 숭실대 재학생뿐 아니라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숭실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2014년 통일 교과목을 교양필수로 신설했다. 매년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2박 3일간 경북 문경의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에서 현장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숭실평화통일스쿨’도 진행한다. 신입생 3000명 모두가 참여하다 보니 거의 매주 150명가량이 참여한다. 이때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탈북 대학생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층간소음 프로그램이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숭실대는 층간소음 프로그램을 영상물로 제작했다. 지금까지 100편 이상을 선보였다. 숭실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이 통일 관련 수업에서 해당 영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총 12개 대학에 지원했다. 장범식 숭실대 총장은 “그동안 축적해온 통일 관련 교육, 훈련, 연구 내용을 사회와 공유함으로써 숭실대가 ‘통일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장 총장을 서울 동작구 숭실대 캠퍼스에서 만나 통일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숭실대가 통일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숭실대는 1897년 평양에서 설립됐다. 1906년에는 대학부를 설치한 한국 최초의 4년제 근대 대학이다. 1905년 을사조약 반대운동, 105인 사건, 광주학생운동 등을 주도했고 1938년 일제의 신사참배 요구에 저항하며 자진 폐교했다. 이후 1954년 서울에서 재건됐다. 숭실대는 ‘진리와 봉사’를 건학이념으로 ‘통일시대의 창의적 리더’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통일교육 전후로 숭실대 학생들의 통일 관련 인식에 차이가 있나.

“우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숭실평화통일스쿨 강의를 듣기 전후 통일에 대한 인식 변화를 조사한 적이 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63.65점에서 75.35점으로, ‘통일 이후 사회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74.35점에서 83.70점으로 올랐다. 추상적으로 ‘통일이 필요하다’고만 전달하는 게 아니고, 학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교육이 이뤄졌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통일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

“신입생 전체가 통일교육을 받는 건 숭실대가 유일하다. 숭실대의 교양필수 통일과목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경우 2014년 신설 이후 지금까지 2만여 명이 수강했다. 이론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고자 현장 체험학습도 함께 운영한다. 다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현장 체험학습을 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현장에서 하던 각종 프로그램을 예능처럼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코로나19 이전보다 강의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

―다른 대학에까지 강의 영상을 제공하는 이유는….

“숭실대는 2016년 통일부에서 지원하는 ‘통일교육 선도대학 지정·육성사업’ 1기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에는 1기 대학 중 유일하게 2기로도 선정됐다. 물론 통일교육 관련한 연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통일은 숭실대만의 이슈가 아닌 만큼 통일교육 모델을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강의 영상을 다른 대학에 지원하기도 하고, 다른 대학에서 통일 관련 과목을 신설하겠다고 하면 강의안을 심사하고 피드백을 주는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다른 대학에서 북한의 정치, 경제, 보건의료 등 28개 교과목이 개설되도록 지원했다.”

―교수들에게 통일 관련 연구를 꾸준히 장려한다던데….

“44개 학과의 교수들이 각자 자기 전공에서 북한과 관련된 연구를 한다면 5∼10년 후 엄청난 지식이 축적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 교수는 북한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금융학과 교수는 통일 이후의 금융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이다. 내년 중으로 통일과 관련된 저널도 만들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통일부나 국가정보원에 북한 관련 정보가 많겠지만, 정권과 상관없이 지식을 쌓을 학교가 한국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여러 연구가 축적되면 언제 통일이 되더라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숭실대가 통일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 남북 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나 연구단체도 모두 숭실대에 연결시켜 시너지를 내고 싶다.”

#숭실대학교#장범식#총장#통일#교양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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