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에 앞서 서울에서 코로나19 재택치료가 본격화된지 약 2달이 지났으나 여전히 운영이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 발현 11시간이 지나서야 처방약을 받는 환자가 발생하고 자치구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재택치료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에서는 1만288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재택치료를 받고 있다. 전날 1562명이 재택치료를 시작했고 1688명은 치료를 마치고 격리 해제됐다. 최근 10일 평균 재택치료자는 1만2919명이다.
재택치료 환자는 관할 자치구 및 협력병원에서 집중 관리한다. 자치구는 재택치료 키트 관리 및 배송, 응급 처방 의약품 배송, 통계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협력병원은 매일 전화 문진을 하며 재택치료자의 건강을 살핀다.
최근 확진 판정을 받아 재택치료를 시작한 직장인 A씨는 “담당 인력이 부족하고 환자는 늘기 때문에 힘들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재택치료를 직접 받아보니 행정이 엉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재택치료를 시작할 당시 특별한 코로나19 증상이 없었으나 이날까지 인후통, 코막힘, 두통, 기침 등의 증상이 생겼다. 그러나 기대했던 신속한 의료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어제 오전 10시에 의료진과의 통화에서 추가된 증상을 설명했더니 약을 처방해주겠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오후 4시에야 의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며 “처방받은 약은 오후 9시에 집으로 배송 왔으니 증상 설명부터 11시간이 걸린 셈”이라고 전했다.
이어 “재택치료 중 궁금한 게 있어 구청에 전화해도 받는 일이 거의 없다”며 “이러다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면 병상 배정을 받으려 해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불안감을 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재택치료 가운데 증상 악화로 들어오는 119 신고는 일평균 30건이다. 신고자의 30~40%는 병상 선정 때까지 보호조치를 받지만 나머지는 경증이라는 이유로 자택에서 대기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병상 선정이 지연되면 차량 내에서 응급조치하며 기다리거나 자택에서 구급대원과 함께 있는다”며 “병상 자체가 적어 배정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으면 입소할 수 있는 병상이 더욱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택치료자 B씨는 전날 구청으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것을 해제해 자가격리를 끝내고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B씨는 “같은 구청에서 내 확진 사실을 통보했는데 부서가 다르다고 정보 공유가 전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렇게 행정이 미숙한데 어떻게 마음 놓고 재택치료를 할 수 있겠느냐”라고 토로했다.
B씨는 “검사는 다른 자치구에서 받았는데 확진되고 나니 2개 구청에서 모두 재택치료 키트를 주고 협력병원 연락도 따로 오길래 2배로 케어해 줄거란 기대도 했었다”며 “키트는 ‘어차피 국가 돈이니 2개 받아도 된다’고 공무원이 말하던데 그러면 지원금도 2곳에서 모두 줄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1명이 담당하는 재택치료자 수가 두 자릿수를 넘어 관리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담당자를 계속 늘리고 있고 업무 숙련도도 점점 좋아질 것으로 기대는 한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도 재택치료 관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전날부터 ‘서울시 재택치료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재택치료를 받는 확진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진료상담, 응급상황 대응 등의 업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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