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자 수십명과 일부 야권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현직 부장검사가 “특정 기자에 대해서는 통신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보인다”며 위법하게 수사를 진행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에서 공보 업무를 맡았던 강수산나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상한 수사, 이상한 영장’ 이라는 글을 올려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강 부장검사는 “공수처는 수사 대상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해 적법 절차에 따라 통신사실을 확인했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기자의 가족까지 통신사실 확인대상이 된 점에 비추어 특정 기자에 대해서는 통신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통신자료’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따라 수사기관이 통신사를 통해 직접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을 제공받는데, 법원으로부터 따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반면, 통신영장이라고 불리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구체적인 통화일시·시간 등 통화내역과 위치정보가 포함된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13조의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에 해당해 관할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공수처는 현재까지 뉴시스, TV조선,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경향신문, 채널A, CBS 등 최소 17곳 소속 기자 100여명을 상대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법조팀 소속이 아닌 사회부 사건(경찰)팀, 야당 취재 정치부 기자와 영상기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공수처가 TV조선 기자와 그 가족들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의자로 입건된 고위공직자가 아닌 기자를 대상으로도 통신영장을 발부받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기자는 지난 4월 ‘공수처의 이성윤 황제조사’를 보도했던 기자로, 지난 6월에는 공수처가 해당 보도와 관련해 CCTV 취득 경위를 뒷조사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를 두고 강 부장검사는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닌 기자들을 상대로 한 수사로 (TV조선 기자를 상대로 한 통신영장 청구는) 위법한 수사이고, 민간이 보유한 건물 CCTV는 공무상 기밀이 아니어서 범죄를 구성할 수 없으므로 수사를 빌미로 한 통신사실 확인은 적법한 수사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수원 공보관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 중 하루 100통 이상의 기자 전화 문의를 받았다”며 “통화내역을 토대로 상대방 확인을 위해 통신사실 확인을 했다면, 출입기자단 200여명이 모두 수사대상이 됐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인권침해를 수반하는 강제수사는 범죄혐의 입증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한다”며 “공수처는 누구의 어떤 범죄 입증을 위해 기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통화내역 조회가 필요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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