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배드파더스대표 2심 유죄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3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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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의 신상을 ‘배드 파더스(Bad Fathers)’ 사이트에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구본창씨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23일 이 사건 선고공판을 열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죄의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특정한 사고 없이 유예기간이 지나면 면소( 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 문제는 개인간 채권·채무가 아닌 헌법상 자녀 양육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필수적 요건임이 명백하고, 최근 관련 법이 개정되기도 하는 등 우리 사회의 공적 관심 사안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면서도 “이 사건 문제가 된 사인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적인 제재가 제한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면서 “이 사건 사이트인 배드파더스에 피해자의 이름, 출생년도, 거주지역은 물론 얼굴 사진이나 세부적인 직장명까지 공개돼 있는데 이러한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이후 제정된 법이지만 양육비 미지급자를 공개하기 전 소명 기회를 주고 심의를 거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배드파더스는 일정한 기준에 의해 글이 게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이런 사정을 모두 고려해보면 해당 공개행위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명예가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보이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보다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구씨는 2018년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엄마)들’이라는 제목으로 피해자 5명의 사진, 실명, 거주지, 직장 등이 포함된 글을 올려 이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피해자들은 이혼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며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다수의 부모·자녀가 양육비로 고통받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양육비 지급 촉구한 것으로 주요 동기와 목적이 공공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구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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