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태아에 여러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체에서 태아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수직감염 확률은 거의 없지만 임신부의 몸상태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여아보다는 남자 아이들의 영향이 더 크다는 의견도 나왔다.
◇감염 임신부 염증반응, 태반 손상…코로나19로 인한 조산도 태아에 영향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의료매체 KHN은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장·단기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행인 점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해 산모에서 태아에게 수직감염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즉 코로나19에 엄마가 감염된 경우에도 바이러스가 직접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산모에서 발생한 면역반응으로 생긴 염증에 노출되는 경우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산모에서 나타난 염증 반응으로 태반이 손상돼 태아에게 영향이 갈 가능성은 있다.
제프리 골드스타인 노스웨스턴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미국 NBC 방송에서 “코로나19 감염 임신부의 태반은 일반 임신부의 태반에 비해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많아 태아에게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태반 손상은 심각한 임신 중독증의 일종인 자간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간전증은 태반의 혈관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발생한 고혈압으로 생긴다. 산모에게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신경증상, 간손상, 혈소판감소, 신장 및 폐부종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임신중 발열 및 감염은 향후 자폐, 우울증 등 아이의 발달 및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에브도키아 아낙노스토우 홀란드블로어뷰 아동재활병원 소아신경과 교수는 “태아기 염증은 뇌가 발달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감염 시기에 따라 심장이나 신장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조산 위험도 태아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는 일반 산모에 비해 조산할 확률이 60%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산은 유아 사망률, 뇌성마비, 천식 및 청력상실 등 장기적인 장애 위험뿐 아니라 향후 우울증, 불안, 심장병 및 신장질환 가능성을 높인다.
문제는 태어난 아이에 미칠 영향이 몇 년 또는 수십 년간 나타나지 않다가 이후에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낙노스토우 교수는 “이러한 건강 상태는 아이가 중년이나 성인이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태아기에서 기원한다”고 말했다.
◇남아가 여아보다 더 취약…태아 성별에 따라 임신부 항체 수치에도 차이
여아 보다 남아가 산모의 코로나19 감염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의견도 있다. 크리스티나 아담스 월도프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면역 반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면역반응이 약하고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아청소년들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뒤 드물게 겪는 소아다기관염증증후군(MIS-C) 환자들의 비율도 남아가 높다.
반대로 태아의 성별이 임신부의 면역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0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이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딸을 임신한 코로나19 감염 임신부에 비해 아들을 가진 임신부에서 코로나19 항체 수치가 더 낮았다.
아낙노스토우 교수는 “대부분의 태아는 건강상의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장애 등의 발생률이 조금만 올라가도 많은 감염자 수를 고려한다면 전체 인구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임신부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이러스로부터 임신부와 태아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최소 15만명의 임신부가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그중 2만5000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에 입원했으며 249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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