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연이어 협력사업 예산 부담을 늘릴 것을 요구하면서 교육청 내에서도 반발 기류가 흘러나온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서울시가 내년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서울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 명의로 “교육자치와 일반자치 협력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반대 입장문을 냈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서울시와 교육청, 자치구, 지역사회, 학교가 협력해 마을 교육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서울시교육청이 125억원, 서울시가 125억원, 25개 자치구가 151억원을 분담했지만 서울시는 내년도에는 65억원을 분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시 전체 빚이 18조9000억원에 달한다며 재정 형편이 위험해 교육 관련 사업은 교육청에서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22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세입보다 세출이 적어 흑자 재정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서울시에서는 교육청에 약 3조7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고 10년 전인 2012년보다 1조원 넘게 늘어난 금액”이라고 교육청을 압박했다.
교육계에서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뿐 아니라 다른 협력사업으로도 불똥이 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신입생 입학 준비금 지원 등에서도 시와 교육청이 예산을 분담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에만 해도 박 전 시장과 조 교육감은 친분이 두터워 협력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로는 시와 교육청 사이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졌다.
다만 대립이 부각되는 것을 우려해 교육청에서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에 나서는 것을 피해왔다.
지난달 16일 조 교육감 명의 입장문이 나간 이후 이튿날인 17일 서울시는 이창근 대변인 명의로 “교육청이나 자치구의 시에 대한 과도한 재정부담 요구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서울시교육청은 하루 뒤인 18일 곧장 서울시 대응에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계획했으나 충돌을 피하고자 작성해놓은 입장문을 배포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청 내부에서는 시가 교육청 재정 상황을 ‘양호·흑자 재정’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서울시는 최근 3년간 교육청 세입이 1.9% 늘었고, 세출은 5.5% 증가했지만 여전히 매년 세입보다 세출이 적어 늘 흑자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순세계잉여금은 세입 총액의 2%(2321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는 결산상 잉여금이 지난해 기준 5조1297억원으로 총세입액의 10.3%이고, 이월금과 보조금 반납금을 제외하더라도 순세계잉여금 규모가 8.1%로 오히려 서울시가 흑자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이 내국세의 20.79%로 상향된 점도 내국세 일부가 지방세로 이양되면서 발생한 교부금 감소분을 보존하기 위해 교부율이 오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분담 사업은 협의를 통해 결정해왔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가는 세수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과도한 부담을 요구한다면서 오히려 (시가 ‘서울런’ 등) 교육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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