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자 공개 ‘배드파더스’ 운영자, 2심서 유죄로 뒤집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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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를 운영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모 씨(58)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23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과 관련한 문제는 개인 간의 채권채무가 아닌 공적 관심 사안인 것이 사실”이라며 “사적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신상정보에는 신원을 특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얼굴 사진을 비롯해 세부적인 직장명까지 포함돼 있는데, 과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런 정보가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배드파더스의 신상정보 공개 기준도 적정하지 않다고 봤다. “양육비 이행법은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다수가 참여한 심의를 거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공개 결정을 한다”며 ”반면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채무 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사람을 명단에 게시하고, 항의를 했는데도 제때 삭제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발견되는 등 글 게시와 삭제에 관한 처리기준이 일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 씨는 제보를 통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정보 등을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하고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1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전원 무죄 평결을 받고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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