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김만복(가명) 씨는 자다가 극심한 어깨 통증으로 잠이 깼다. 마치 어깨에 불이 난 것처럼 아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119를 불러 응급실에 갔다. 검사를 하고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오십견인가? 아니면 어깨힘줄이 끊어진 것인가. 그동안 들었던 지식을 총동원해가며 순식간에 어깨를 점령한 통증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의사로부터 들은 진단명은 의외였다. 오십견도, 회전근개파열도 아닌 ‘석회성건염’이 주범이었다. 석회성건염은 일종의 퇴행성 질환으로 어깨에 연결된 힘줄 조직에 칼슘 성분의 석회가 침착되어 염증 반응으로 인해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퇴행성 변화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 그중 퇴행성 변화로 힘줄이 손상돼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연골 성분이 변성됨으로써 석회가 침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다.
석회는 만들어지고, 다져지고, 흡수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대부분 몸에 흡수될 때쯤 통증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통증은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의 형태로 구분된다. 급성일 때는 김 씨의 경우처럼 한밤중에라도 응급실을 가야 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만성일 때는 뭔가 기분 나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마치 종기가 곪은 것 같다고 해서 ‘화학적 종기’라고도 불린다.
어깨 질환은 진찰을 통해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다. 관절의 가동 범위가 정상 범주가 아니라면 우선 오십견을 의심할 수 있고 가동 범위는 정상이지만 팔을 들어올릴 때 마지막 즈음에서 통증을 호소한다면 충돌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힘줄 부위를 촉진했을 때 매끄럽지 않다면 힘줄 파열일 가능성이 크다. 아파서 전혀 팔을 움직일 수도 없고, 잠을 못 잔다고 하면 급성 형태인 석회성건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진찰 후에 영상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석회성건염의 경우 엑스선 촬영으로 뼈의 형태나 석회 등을 관찰할 수 있고 초음파를 통해서는 힘줄에 생긴 석회의 크기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석회성건염의 치료는 초기에는 소염제를 포함한 약물,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체외 충격파, 초음파 유도하 석회 천공술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거나 재발이 잦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수술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운동기능이 제한돼 일상생활이 불편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퇴행성관절염, 어깨충돌증후군, 오십견 등 2차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평상시에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음주, 흡연 등을 자제하고 어깨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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