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인력업체 쌍용개발용역 황철성 대표가 폐 가스통에 담긴 동전과 지폐를 쏟아내고 있다. 대구 달성군 제공
“오늘 가스통을 비우러 찾아 가겠습니다.”
22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읍 행정복지센터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인력 사무소를 운영하는 황철성 쌍용개발용역 대표(54). 몇 시간 뒤 황 대표는 꽤나 무거워 보이는 가스통을 낑낑거리며 행정복지센터로 들어왔다.
가스통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동전과 지폐 다발이었다. 황 대표는 가스통에 들어있던 204만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며 기부했다. 올해 초에도 156만 원을 기탁한데 이어 두 번째 선물이었다.
황 대표의 특별한 기부는 4년 전 처음 시작됐다. 2018년 폐가스통을 구해 사무실 한 켠에 뒀다. 지름 33㎝ 높이 57㎝ 크기의 폐가스통 윗부분에 돈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을 뚫었다. 그 위에 ‘사랑의 성금함’이라고 적었다.
사무실에는 하루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오고간다. 황 대표는 여유가 있을 때 마다 돈을 조금 씩 넣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그를 따라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지폐부터 1만 원 지폐까지 폐가스통 안에 넣었다. 황 대표는 “사무실을 찾는 일용직 노동자 대부분이 건설 현장 노동자들로 하루 9만~10만 원 정도 번다. 하루 벌어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지만 그래도 남을 돕겠다는 생각에 돈을 떼어내 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부터 4년동안 이렇게 모인 돈이 730만 원 정도된다. 달성군은 방한 물품 등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황 대표는 “코로나19로 사무실도 어렵고 일용직 노동자들도 힘들었다”며 “액수는 적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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